가을나이-2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녹음 우거지던 여름날 같던 삼십 대
우린 그 십 년을 뭘 하며 살았을까?
오랜만에 사무실을 찾아온 남자친구
어찌 사느냐는 물음에
헛헛한 웃음을 자아내며
만년 과장딱지 붙인 친구는
남자라면 흘려서는 안 될 눈물을
내 짧은 질문에 스스로 進上했다.
이십 여 년 전 서울공대를 졸업하고
'홍성대'의 정석을 아직도 풀어대는
마음 착한 친구는
쪼그라드는 위장과
오직 주(酒)님만이 친구라고 말 한다.
결론도 없는 사담(私談)을 접고
가을처럼 쓸쓸한 친구 배웅하는 시청역은
헐떡이는 이리 마냥 양떼를 몰아가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어린아이 얼굴에 피어난
솜털 같은 빈곤한 상상력으로
우리들의 운명을 사랑한다면서
어설픈 판 위로 서글프게 올라가서는
퍼뜩 죽어버린 '고베(kobe)' 소의 외침처럼
우린 너무나도 어설프게 삼십 대를 보냈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에서
겨우내 살아낸 보리 같은 곤조와
장독대 위에 올려 진 홍시를 생각하는
아직 소년같은 친구의 낭만이 비친다.
그 친구의 옆에서는
친구의 절망스런 뒷모습을
끊임없이 걷어내는 그의 아내 모습을 본다.
그의 아내에게 친구는
변함없이 그녀만의 별나라 왕자님이시다.
그런 친구의 뒷모습을 향하여 나는
“ 복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녀석”하며 웃다가
잦아드는 웃음띈 입 언저리에
가을이 내려앉는 것을 느낀 난, 스스로에게
“힘내지마, 오늘은 편히 쉬어”라며 다독거린다.
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핑크샤워님의 나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 보다는 어린 것으로 알았었지요
저는 만 32세 그냥 34세지요
그런데 40대인가 보내요
몰라뵈서 죄송해요
핑크샤워님의 댓글

아닙니다.
시를 쓰는데 나이의 고저가 무슨상관있겠어요
시를 쓸때만은 저도 젊은 시절로 돌아간답니다.
평소대로 대하여 주세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