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에 얽힌 이야기 하나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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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에 얽힌 이야기 하나 /秋影塔
왜놈의 손으로 흙 한 삽 떴다고,
그 그림자에도 그늘 준적 없다
한민족에 몸 섞어 죽장망헤로 길 나선지
백 년인데
온몸으로 한 백년 늙었더니 더 늙을
구석이 구석이 되어, 구석이 많아졌으므로
바람, 이슬, 서리, 눈비에 우레소리, 친구 많은 몸
바람 들어와 쉬고
양陽이 돌아가면 음陰의 놀이터
왜인의 주술이 담긴 행간을 뿌리치고
바람의 경전을 편다
정수리 많은 어깻죽지는 흥도 많아 아리랑
흥타령에 술 한잔이 딱이다
올곧은 등뼈는 갈라졌으므로
머리 없는 귀신과 바람과 내통하다가
들 건너 긴 상여소리를 물고 돌아오는
상두꾼의 소리를 재운다
요령소리에 태풍이 꺾이고
야음을 틈타 빠져나가는 귀신들
상여 잠든 벽 없는 상여집 들어 올려
한 밤중, 목 없는 귀신들이 잠든
상여를 놀린다
* 이 이야기는 일인들이 심어놓아 백년도 더 산 팽나무 옆에
한 때 빈 창고가 상여집으로 쓰이던 때를 생각하며 써 본
글입니다. 상여만 놓인 빈 창고안에서 나는 상여소리를 듣고
가보니, 귀신들이 정말 상여를 놀리는 것을 목격했다는 동네
어른이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지난 역사에 시련을 안고 서 있는 팽나무
동네 한 가운데 당당한 품위를 자랑하고 있네요
온갖 풍상을 이기고 나 보란듯 서 있지만
그 깊은 사연은 아무도 모를 터,
말없이 지켜서서 바라본 세월
비 바람에 눈도 제대로 못뜨고
목숨을 이어온 생애가 이제는 온몸이 상처 투성이,
인간이나 자연 모두 늙으면 행동보다 초연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전해진 전설도 많은 듯 합니다
평안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팽나무 주인은 돌아가고 가족은 떠나고
지금은 낯모르는 사람이 주인이 되었지요.
동네 제일 부잣집이었는데, 집안도 흐지부지
되었고, 아무튼 부귀는 단대로 끝난듯 합니다.
밤에는 좀 음침해 귀기가 도는듯, 팽나무가 동네의 수호신은 못 되는 듯싶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두무지 시인님! *^^
라라리베님의 댓글

모든 애환을 지켜봤을 팽나무가 그 아픔을 다 짊어지고
있을 것 같네요
오랜 세월은 나무에게도 힘든 시간일 것 같습니다
그 시련을 이겨내고 그늘이 되어주는 나무에게
고마워 해야겠지요
추영탑 시인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십시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근처에서 가장 큰 나무인데,
왠지 그 아래 그늘이 좀 반갑지는 않더군요.
밤에는 섬뜩한 느낌까지 들게하는데,
아마 나무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박함 선입견 때문은 아닐는지?
아무튼 귀신들을 봤다는 그 어른은 기골이
장대하고 호방한 성격인데도 40대에
그만 세상을 뜨고 말았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라라리베 시인님! *^^
은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추영탑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고 반갑습니다 우리 시인님!
가을바람이 살랑입니다
맞아요 우리 시대는 꼭 시골 마을엔 상여 집이 있었지요
상여가 나갈땐 소리꾼들이 상여를 지고 거릿제를 지날때
대단하게 동내 사람들이 다 모여 애도 했지요
그곳은 팽나무에 얽힌 사연이군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남은 상여의 풍습을 떠 올려 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뒤 늦었습니다 혜량 하십시요
우수 창작시에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갈채를 보냅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고운 밤 되시옵소서
추영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들판 건너, 샛강 건너에 공동묘지가 있고
그 아래에 상여집이 있었는데, 그 상여집이 다 허물어져 동네 외곽 빈 창고에 임시로
상여를 보관하였지요.
그 창고에서 한 오십 미터 떨어진 집에
사는 어른이 밤중에 이상한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창고 안에서 상여소리가 나더랍니다..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고 오직 그 분만 들었는데, 가까이 가서 뚫린 구멍으로 창고안을
들여다보니 8척 장신의 귀신들이 상여를
놀리면서 내는 소리였다고 합니다.
장심 세기로 유명한 그 양반, 집에 돌아와
시름시름 앓다가 사십대에 세상을 떠났는데,
우연의 일치였겠죠? ㅎㅎ
감사합니다. 은영숙 시인님! *^^
쇠스랑님의 댓글

아름다운 가을과 함께라면
빨간 능금과 함께라면
붉은 석류와 함께라면
잘 쉬고 갑니다
만날 수월하게
오~라~이~ 하십시요
추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