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5】귀거래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귀거래사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리둥절[寺], 묵언 수행 중이시고 틈틈이 파계를 날아다녔으나 나는 자꾸만 눈매 서글서글한 형의 오냐, 언니는 돈 세는 일이 딱이다 시도 쓰고 곳간에서 억억 |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불현듯,
류근
『문학과사회』가을호를 읽고 있는데
모기 한 마리가
달빛에 몸을 띄운 닌자 같은 폼으로
퓨슛, 날아들었다
나는 펼쳤던 책장을 텁,
덮는 것으로
내 괄목할 내공의 1초식을 베풀었고
순간 강호의 한 저녁이 고요해졌다
책장을 다시 펼쳤을 때
데칼코마니 포즈로 번져 죽은 모기 시신 아래
관,
이라고 씌어진 시 제목이 보였다
관을 쓴 시인도
시인이 쓴 관에 묻힌 모기도
모기에게 관을 입혀준 나도
이로써 불현듯,
한 장례식의 돌아오지 못할 인연을 맺은 것이다
`
안희선님의 댓글

陶淵明의 歸去來辭보다도 한결 더 귀거래사 같단 느낌입니다
귀한 시를 읽으며..
저 또한, 내 생애에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오프라인 外에 온라인 상의 인연까지 모두 포함해)
돌아보면, 그 모두 나에겐 고마운 사람들
(나에게 온갖 저주를 퍼부었던 사람들까지도 - 알고 보면, 그 모두 저에겐 스승이었습니다)
흘러간 세월의 끝에서 돌아보니 그 모두 오롯한 그리움입니다
(저두 이젠 갈 때가 되서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그런 거 같습니다
전쟁과 다름없는 세파 世波, 혹은 삶의 굴곡 屈曲을 힘겹게 거쳐나온 사람들이
진정 '사람답다'고 ..
- 진흙엔 발도 안담그고, 마치 연꽃인 양 하는 사람들보다 말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활연 시인님,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사람 만나는 일은 소소하고 유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면식이 있다는 건 낯섦을 면하고 낯가림을 피하는 일이겠지요.
간만에 나들이해서 봄인지 여름인지 화사한 지경에 이르러
소풍 소감을 적은 것이지요. 대면하면 그저 사람일 뿐이겠는데
가상공간에서는 추측도 많고, 언어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도
많지요. 술 한잔 걸치고 내려오는 길이 참 따뜻했습니다.
좋은 분들의 활기찬 모습도 좋았고요.
어쨌거나 사람들 속에 위안에 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건강이 여의치 않으실 텐데, 모쪼록 몸 보전 잘하시고
유쾌한 날 지으십시오.
활연님의 댓글

인문학적 고뇌
류근
마누라가 유방확대 수술을 했다
나는 그걸 오늘 아침에 참으로 우연찮게 발견했는데
마누라는 모처럼 혀를 차며 벌써 세 달이나 지난 것을 이제야 알았냐고
섭섭해하는 척 제 가슴을 다시 확인한다
나는 순간 생각하는 것이 세 달 전 마이너스통장과 옛날 여수 출신
유방 큰 애인과 유방이 커서 울며 살았다는 이영자와 조선 막사발과
이제 저 여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같은 것들이다
저 여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마누라는 나에게 여러 번 배신당했지만 유방 때문은 아니었다
나는 여러 번 다른 애인과 고궁을 거닐었지만
유방 때문은 아니었다
마누라는 이제 유방을 키워서 아이에게 젖을 먹을 일도 없고
세자 저하 유모로 사극을 찍을 일도 없고 일본 성인비디오
배우로 진출해서 아이들 사교육비를 감당할 일도 없고
나에게 잘 보여서 다시 시집갈 일도 물론 없을 텐데
이제 나는 저 여자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똑바로 눈을 뜨고 마누라의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는
내 미래에 대해서 나는 조금 곤란해지는 것이다
류근 시집『어떻게든 이별』에서.
`
공잘님의 댓글

예전엔 눈이 밝아서 몰랐는데 눈이 어두워지고 머리가 밝아지니
글에서 눈빛이 느껴지더군요.
덕분에 책을 살 때 글에 연탄 불구멍 같은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귀찮은 버릇이 생겼지요.
둥장인물들이 꽤 여러 분이시군요.
연탄 불구멍 같은 사람들과 낙락한 한때를 나누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또 있겠나 싶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농담이 좀 진하지요, 당사자들은 붉으락푸르락하겠는데
나는 시치미를 뗄 작정입니다.
대가리 박으라면 원산폭격 자세로 애국가를 부르겠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공잘님도,
어느 술청에서 한잔할 날이 오겠지요.
동피랑님의 댓글

뭐시든지 걸려들면 시가 앙 되고 못 배기지.
적어도 글을 쓰려면 콩깍지 절구 능력은 되어야 겨우 붓이나 드네 할 텐데,
이쯤 되면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분들 서운해서 눈물이 범람할 듯.
뽕이 자라더니 어느 새가 울고 이윽고 치국에 이르니 가히 맛이 시군요.
팔도에 백성들을 어여삐 여겨 귀한 시간을 쪼개 만나기도 하고 멀리 계신 어르신을 늘 생각하고 수시로 찾아봬는 그 마음, 만복이 점령하길 바랍니다.
최정신님의 댓글

화성 우물가는 무의아빠가 델고 가기로 예약 되 있지요
그 때까지 죽자 사자 무르익지 말아야지...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