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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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꺾이지 않는 관절은 만년바위가 되어 화석처럼 굳어버린 내일이 먼 산처럼 파름하고 초침은 소금쟁이 가벼운 발자국으로 허공을 밟아 가고 그 틈새 어느 둔각쯤 하늘에 구름 걸린 날 찢어진 청바지 한겹 같은 하늘 살점 하나를 봐도 행복이라는 어절을 깨물어 보겠습니다. 세월의 모서리에 찔린 압정(壓情) 그 시린 기억을 끌고온 하루하루의 혀속에 가시가 돋아 술취한 가로등처럼 무의식에 아침이라도 끌어 당기고 싶음입니다. 객차처럼 달려드는 핏기없는 얼굴들 여린 가슴을 자라목처럼 안으로 웅크리고 백방 뻬빠 같은 시선들 얼마나 부대끼고 멍울 같은 시린 기억을 겨울나무처럼 붙들고 살았을까 뗄 수 없는 필연 자신을 얼마나 부러뜨렸기에 여울목 물비늘처럼 소름 돋은 무늬 살풋 여린 꽃 하나 피워놓고 자신의 모습이라고 초승달 눈을 뜨고 웃는데 나는 당신의 하초를 읽습니다. 개꽃짱다리 수백 갈래 잘리고 꺾인 자리마다 삭정이처럼 굽어버린 울음이 시퍼렇게 장그러져 있는 달의 이면 당신 인생사 백절(百節)을 읽고 눈가에 이슬을 맺었습니다. 지느러미가 없어 물살을 가르지 못함에도 물의 파장을 일으키며 무지개 빛깔로 날염하고 있습니다.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김인수님
돌아가신 고인에게
삼가 명복을 비옵니다 효심 지극한 시인님의
모습을 샅샅이 그리셨습니다
차마 읽기 민망하고 송구 한 절절하신 절규를
눈시울 적시며 읽고 또 읽고 합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셨습니까?
저도 다 옛날에 겪었습니다
두고두고 가슴이 저리답니다
힘내세요 아버님은 주님곁에서 여원한 안식을 누리실 것입니다
무거운 짐 다 내려 놓으시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기도 속에 만나 뵈어요 시인님!!^^
한표 올리고 갑니다
김 인수님의 댓글의 댓글

2-3일에 한번씩 병원에 가면
나 잘있다, 염려마라, 여기 오지마라, 참말로 여기가 좋다, 라고 해놓고
구두 뒤축을 세우며 잠간 바라본 아버지는
고개를 떨구고 절망을 끌어 않는 모습
그랬습니다, 자식을 사랑한 아버지의 위대힘이란
다녀가심 감사합니다 은영숙 시인님
정겨운 말씀 고맙습니다
봄뜰123님의 댓글

평생 아버지의 미움을 안고 살았는데
다시 돌이켜 보네요. 다 주지도 못하고 그냥
세상을 발로 차버리신..
좋은 글에서 다시금 아버지의 잔상을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시.
추천 놓습니다.
김 인수님의 댓글의 댓글

봄뜰123 시인님의 문장을 자주 읽었습니다
칼칼하게 날선 시어들 앞에서 맥을 놓고 읽기도 했던 시인님의 시를 기억합니다
제가 먼저 인사드리지 못함 죄송하구요
고운 말씀 감사합니다
언제나 문의 지경이 창대하십요
香湖님의 댓글

절절합니다
누가 무슨 말로 그 마음을 어루만지리오만
세월이 약이 더이다
잊고자 하지 않아도 그저 시간이 가니 엷어 지더이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지더이다
이젠 놓아주시고 마음 다잡으소서
김 인수님의 댓글의 댓글

평소 생각이 살아 계실 때 잘 모시자는 생각
그래서 5개월 병원에 계실 때 2-3일에 한번씩 병원을 들렸더니
유별나다는 소리가 뒤꼭지에 맴도는
더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 오래도록 아픔입니다
늘 긍정으로 말씀하시고 내가 없는 곳에서는 얼마나 외로워 하던지
짠한 생각이 저녁처럼 달려듭니다
감사합니다
李鎭煥님의 댓글

평안치 못한 안부지만 건강하시지요.
아픔은 늘 뒤돌아보게 하지요.
펑펑 쏟을 소리를 감춘 신음으로 쓰리게 하지요.
늦은 문안으로 인사 여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