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깊은 가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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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은 가을로/활공
갈대밭을 휘젓고 지나가는 저 바람
빈 가슴도 서러운데 계절은
저 들녘에 내려 앉아
싸늘한 이슬로 녹음을 잠재우겠지
계절의 길목마다 몸살 앓는 산과 들에는
천년을 두고 겪어온 낯설지 않는 일상이다
바람따라 구름따라 어둠의 행간을 지나고나면
무르익은 계절의 결실이 들썩이고
풀 숲에 집을 지은 풀벌레들
하나 둘 밤잠 설쳐가며 난상토론 중이다
누가 뭐라해도 가을이고 싶은
빨간 치마 입은 고추잠자리 뒤를
줄지어 따라가는 가을 나그네들
얼마 남지 않은 계절의 보금자리
힘겹게 날개를 비벼대며 우는 매미
7일의 천하는 막을 내리고
흰두루미 날개짓이 바빠지면
어김없이 어디론가 보이지 않는 계절이다
늘 푸를거라고 생각했던 삶과 생각은
세월따라 가슴에 굳은 살이 박히고
행여 찾아오는 이 없어도
이젠 완연한 가을이라 이름지으리
당랑거철처럼 당당하던 여름은
꽁무니 빼고 남녘으로 강남제비와 함께
바람이 들어 자취를 감추겠지.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가을의 단상에서 잠자리는 우화한 뒤에도 오래도록 사는데 비해 매미는 고작 7일이라는 생각 잠시 해봅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천고마비하듯 시인님도 살찌우십시요
감사합니다, 활공님!
최정신님의 댓글

시인보다 먼저 계절을 보듬는 자는 없겠습니다
서술마다 보내는 계절과 맞는 계절이 윤회처럼
조화롭네요
빨간 치마 고추잠자리...해학이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