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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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 興谷
입추(入秋) 말복(末伏)
팬티차림으로 보내고
계절은 못 속여
한 번쯤 성깔 더러운 늦더위도
닭 쫓는 호랑이 신세다
팔월달력 맨 하단 떡하니 앞줄 첫자리
처서(處暑)다
판넬지붕 두드리던 고수(鼓手)의 장단도
노루잠, 송신답던 매미의 울음도
두 단계쯤 볼륨을 줄였고
누구네 초상집 맏며느리 곡소리처럼 가늘다
비가 내린다
골방 글벗이여!
여름의 끝자락쯤, 어느 날쯤
손 없는 길일(吉日)
함부래, 멀찌미 잡아두겠네
골방, 항아리 속에 비가 내린다
술방울 띄워 톡톡 터뜨리며 술이 익어온다
가지런히 차곡차곡 빗소리
게오르규 잠피르(Gheorghe Zamfir)의
팬플룻 연주, '여름비' 다
며칠째 시도 때도 없이
두 손 모아 꼬깔, 귀를 붙인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ㅎㅎ, 팬티바람으로 지낸 세월에서 결국 가는 빗살을 붙들고 멋진 노랫가락 엮으셨군요
골방 벗들 언제 날 좀 잡아야겠는데 요즘은 시마을조차 뜨음하군요
더위 끝자락 처서도 코앞인데 시큼하게 익어버린 술항아리마저
시큰둥하게 비칩니다
'여름비' 한 번 들어보고싶네요
감사합니다, 시그린님!
은영숙님의 댓글

시그린님
오랫만에 오셨습니다 그간 더위에 어찌 지내셨는지요?
이곳은 얌전한 비가 오락가락오고 밤에는 소나기가
한두름 하네요
고운 시를 즐겁게 감상 하고 갑니다
자주 뵈어요 시인님! 새집은 어쩐지 낯이 설기만 하네요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행보 되시옵소서
시인님!!
香湖님의 댓글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여름 끝자락 어느 날 담아둔 술독 비우러 가렵니다
손 없는 길일이라면 더욱 좋고요
가서 함께 팸플룻 소리 아니라도 추녀 지시랑물 듣는 소리라도 듣고 싶군요
그날까지 건강하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