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여, 이제 그만 제발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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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여, 이제 그만 제발 죽어라 출구가 없는 무력감, 혹은 검은 꽃이 가득한 인생의 정원에서 볼 수 없는 눈과, 말할 수 없는 입과, 느낄 수 없는 마음은 우울한 바다 위에 단단한 줄로 그악스레 묶인 서글픈 부표(浮漂)를 닮았다 육신으로부터 너무 동 떨어진 어떤 정신의 배경에는 언제나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삶이, 맑고 깨끗한 무감각을 도둑처럼 꿈꾸고 있다 한 생각을 끌어가자면, 모든 물질적인 구속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영혼에 있어 얼마나 달콤한 희열인가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폐허는 얼마나 성(聖)스러운 장소인가 대상(對象)이 없는 사랑은 그 자체로 얼마나 정갈하고 아름다운가 욕망이 입을 다문 자리에 짧았던 순수함의 호소가 자리한다는 것은 얼마나 충만한 일인가 세상의 덧없음을 탓하는 것보다, 무망(無望)한 자기 자신을 더 일찍 발견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죽음에서 떨어져 나오는 빛없는 하늘 아래, 검은 망또에 감싸여 떠나간 시(詩)의 장소에서 나는 아무도 모르게, 나를 지우고 싶다 아, 가득 차오르는 깊은 밤 속에서 누군가 지나가며, 제발 나를 보지 않기를. - 안희선
댓글목록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저도 안희선시인님 처럼 진정한 시인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렇지 않게 사랑에 대해 속삭일 수 있으니까요
현대시는 사랑을 언급할수록 등단에서 멀어지니 말입니다
안타까움은 시의 시작은 사랑이었는데 현실이 외면하니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추천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넋두리에 불과한 글..
이제 정말, 시를 그만 쓰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등단 - 지가 일생에 제일 후회하는 거
가장 바람직한 건 자신의 시집으로 시단에 명함을 내미는 것
빛보다빠른사랑님의 댓글

그렇지 않습니다
넋두리라 하여도 그안에 동질성을 느낍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진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사랑이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같은 선을 지키지요
그것을 시인으로서 표현하여 고독함을 절절하게 털어낼 수 있게된다면
만족스럽지 않겠습니다 시를 그만 쓴다니요 안희선시인님은 좋은 노래도 들려주십니다
매번 독자로서 시를 대할 때마다 경건하게 임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
..................
............... ,
감사합니다
짐 캐리님의 댓글

아름다움이 빛나는걸요
시심안에 들어 가 껴안고 싶은
마음인걸요....
사랑합니다 선생님 ......
선생님의 언어는 사랑을 부르는걸요
선생님 사랑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늘, 과분한 말씀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