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아버지 > 창작시

거울 속 아버지/활공

계절이 이성을 잃고

사지를 송두리 채 흔들어 놓는 오후

인내심도 바닥 나고 더는 생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그늘을 찾아들며

저 불타는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삶은 늘 그렇 듯 흘러가고 있는데

나만 무너졌다가 다시 모래성을 쌓고 있는가!

길게 늘어진 그림자 앞세우고

느슨하고 맥이 놓인 가슴에는

하루의 끝에서 늘 후회스럽다

땀으로 범벅이 된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샤워기를 머리 위에다 놓고

냉수를 가슴으로 받는데

하루 이틀 그리고 몇 십년

내가 없으면 아들이 어느 하늘 아래에서

뜨겁게 삶을 사랑 해주 길 빌며

문득 거울를 보니 거기에 멀어져 가셨던

아버지가 유심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나 어느날 삶의 짐을 내려 놓으면

또 자손으로 이어지며

쉽지않은 삶에 아파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