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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85회 작성일 15-08-12 12:48

본문

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보슬비 내리고 젖은 하늘에 유년의 기억이 무지개로 걸리면 그 너머 아슴히 환해지는 얼굴을 본다 알알이 타는 꿈과 함께 입술에 번져오는 미소, 아름다워라 고향 여울진 그리움과 풀잎 같은 파릇한 것들 그런 것들이 진정 아름다워라 새벽숲의 맑은 내음, 피톤치드 향 같은, 싱그러움이 내 안에서 고요한 호흡이 될 때 세상살이 사나운 내 얼굴에도 아주 뜻밖에, 아주 뜻밖에, 오랜 잠 속에서 눈을 뜨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 곱게 피어 오른다 잠깐동안의 현기증이었지만 결코 싫지 않았던, 어지럽지 않았던, 아주 오래 전으로 세월의 계단을 쿵쿵 내려서면 그곳에서 맑게 웃는 아이가 그 아이가, 나였던 적으로 서있다 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심지어 나까지도

- 안희선


 

추천1

댓글목록

비렴(飛廉)님의 댓글

profile_image 비렴(飛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근에 만났던 시인들 중에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작게 써라
작은 것을 써라
어린 아이처럼
젊은 처녀처럼
그렇게 써라
시에 나이를 담지 마라
술 한 잔 하자

오랜만에 들어보는 금과옥조 같은 말씀 이었습니다.
아직은 작게 작은 것을 쓰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쓰고 나서 보면 이것 저것 많이도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고 합니다.

요즘은
“과연 내가 크다 생각한 것은 큰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물론
“작다 크다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있다 한들 그 구분은 뭐인가?”
라는 것도 있지만
사실 이런 생각들 조차 自尊의 한 방편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과 생각이 꼬이고 밀리면 역시 작은 것을 보기란 지난한 일이겠지요.

고민이긴 합니다만 딱히 고민은 아닙니다.

한참 머물다 갑니다. 건필 하소서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인가

지금 쓰는 글들이 정말 내가 쓰는 글인가

아니면,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쓰는 글인가


부족한 글에 건네주신,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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