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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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보슬비 내리고 젖은 하늘에 유년의 기억이 무지개로 걸리면 그 너머 아슴히 환해지는 얼굴을 본다 알알이 타는 꿈과 함께 입술에 번져오는 미소, 아름다워라 고향 여울진 그리움과 풀잎 같은 파릇한 것들 그런 것들이 진정 아름다워라 새벽숲의 맑은 내음, 피톤치드 향 같은, 싱그러움이 내 안에서 고요한 호흡이 될 때 세상살이 사나운 내 얼굴에도 아주 뜻밖에, 아주 뜻밖에, 오랜 잠 속에서 눈을 뜨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 곱게 피어 오른다 잠깐동안의 현기증이었지만 결코 싫지 않았던, 어지럽지 않았던, 아주 오래 전으로 세월의 계단을 쿵쿵 내려서면 그곳에서 맑게 웃는 아이가 그 아이가, 나였던 적으로 서있다 아무도 그걸 믿지 않지만, 심지어 나까지도
- 안희선
댓글목록
비렴(飛廉)님의 댓글

최근에 만났던 시인들 중에 한 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작게 써라
작은 것을 써라
어린 아이처럼
젊은 처녀처럼
그렇게 써라
시에 나이를 담지 마라
술 한 잔 하자
오랜만에 들어보는 금과옥조 같은 말씀 이었습니다.
아직은 작게 작은 것을 쓰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쓰고 나서 보면 이것 저것 많이도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고 합니다.
요즘은
“과연 내가 크다 생각한 것은 큰 것일까?”
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물론
“작다 크다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있다 한들 그 구분은 뭐인가?”
라는 것도 있지만
사실 이런 생각들 조차 自尊의 한 방편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과 생각이 꼬이고 밀리면 역시 작은 것을 보기란 지난한 일이겠지요.
고민이긴 합니다만 딱히 고민은 아닙니다.
한참 머물다 갑니다. 건필 하소서
안희선님의 댓글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내가 진짜 나인가
지금 쓰는 글들이 정말 내가 쓰는 글인가
아니면,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쓰는 글인가
부족한 글에 건네주신,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