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변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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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변해가네
神은 어둠이 걸린 창 끝에 햇살 한줌을 놓는다. 어둠을 비운 아침 하늘에 잠자리 날개짓만 부산스럽다. 똘망진 머릴 쫑긋거리며, 회전의자가 있는 이층, 여름 휴가철, 여기저기 빈자리만 덩그러니 퉁명스럽다. 삐걱대는 의자에 앉아 창밖으로 기싸움을 하는지 서로의 동공과 동공을 말똥말똥 바라본다. 유리창 사이로 신경전을 벌인다. 서로의 동공에 붙들린 갑과 을의 첫상면, 같은 시각, 같은 눈높이에서 잠자리 날랜 비행은 정지화면, 자랑하듯 고난이도 비행을 하는 잠자리, 이 마을 수컷들이 짝짓는 시절인 듯 허공을 침실삼아 구애가 한창이다.
변해가는 세상, 봄에 여름을 먹고 여름에 가을을 입는다. 그리고 눈밭에서 새봄을 꺼내 먹는다. 종잡을 수 없는 변화, 286, 2G, 386, 3G, 486, 4G, 586, 5G. 총성없는 속도의 전장. 그림자가 사람을 떠미는 세상, 걸음은 매몰찬 세월처럼 투덜대며 앞으로 밀려간다. 여름방학 탐구생활의 마지막장이 빈칸으로 덮힐 쯤, 세콤달콤한 캠벨을 먹었는데 한여름 이미 철 없는 포도가 좌판에 가득하다. 고추잠자리의 빨간 가을을 추억하며 머리에 살사리꽃을 꼿는데 2015년 8월 여름, 철 없는 것들만 좌판에 한가득이다.
글쓴이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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