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風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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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풍맞은 사내의 위태로운 눈빛에서 증오를 읽은 것은 실수였다
천천히 그의 곁을 스치며 사내가 말하지 않은, 사내의 윗주머니에서 흘러나오는
내 나이가 어때서 뭐, 어쨌다고 하는 악다구니를 들은 것 같다
이른 아침 직박구리 두 마리가 시끄럽게 떠들며 머리 위로 빠르게 날아간다
새들의 영역을 벗어나면 사거리의 건널목이 나오고, 버스정류장이 있고,
지하철역이 사람들을 기다린다, 풍맞은 사내가 떠나온 그 곳으로 떠나는
2.
우리들 서로 삶의 비탈로 쏟아져 내려가며 부딪히는 상행선과 하행선
영역도 없이 계단에서 보낸 한 철, 스쳐가며 기억할 수 없는 윤회의 엇갈림
한 번쯤 진정한 사랑도 했을지 모를 인연들이 부질없이 하염없이 흐르는 이 곳
사람아, 사랑아 가만히 속으로 불러보는 철지난 유행가
플랫폼에 올라서면 열차는 늘 오전 여덟 시에 떠나버리고
3.
비가 그치자 풍경이 싱그러웠다, 그러나
오후의 더위는 독촉장처럼 당도할 것이다
갚지 못한 언어의 연체, 말의 원금은 산처럼 쌓아 둔 채
오래된 습관처럼 빚은, 업은 이번 생의 무게만큼 어깨를 누르고
오오 두 다리는 대지에 쿵쿵 박히는 중이다
바람에 쉽사리 쓰러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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