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 창작시

한 음탕한 시인이 달과 별과 해와 혼음하여 일곱을 낳았더라

장남의 이름은 우울귀신이라 하였는데

시도 때도 없이 울다가 눈물에 빠져 죽었더라

차남의 이름은 한탕귀신이라 하였는데

한 탕, 한 탕, 한 탕, 하다가 결국 허탕치고 탕! 총맞아 뒈졌더라

삼녀의 이름은 사랑귀신이라 불리우니

저가 마치 꽃이라도 되는 줄 알고 내처 깝죽거리다가 득시글거리는 벌 나비 떼에 압사당했더라

사남의 이름은 허무귀신이라 하였는데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되도다를 평생 부르짖다가 후두암으로 갔더라

오녀의 이름은 천재귀신이라

저는 한 문장으로 예술공화국을 전복하고자 꾀했으나 혁명 시도는 반란으로 끝나고 참수당했더라

육남의 이름은 난해귀신이라 불리웠느니

누이인 천재귀신과 이란성 쌍둥이라 저는 저자거리의 온갖 불통들에게 가랭이를 벌려대다 매독으로 가니라  

칠남의 이름은 겸양귀신이라 하였는데

제 어미의 유전자를 부인하고 겸손을 가장하다 결국 울화병을 못 이겨 세상을 뜨고 말았더라

그리하여 詩鬼 집안은 대가 끊어졌으되

무심한 달과 별과 해는 씨를 뿌려줄 새 자궁을 찾아 우주를 방랑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