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눈에 밟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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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눈에 밟히면
큰길 마주보는 골목 끝 대문간
한 노인 거북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다
증손자가 늘 집어주던 지팡이 바닥에 뉘여 놓고
도리깻열처럼 불거진 손마디로 빈 무릎 감싸 안고
질척했던 한평생 백발로 헝클어뜨린 체
움푹 패인 눈으로 큰길 붙잡고 있다
손자가 서울로 데려 가버린 증손자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시간에 맞추어
하루도 빠짐 없이 석 달째 그렇게 기다리고 있다
배냇저고리로 와서 5년을 함께 산 증손자
할머니 할아버지보다 상할머니를 더 좋아하던
아니, 상할머니가 열 배나 더 좋아하던
이 세상에서 상할머니가 제일 좋다고 큰소리로 말해주던
오늘도
큰길에 노란 차 한 대 멈칫멈칫 지나가자
노인은 눈에 밟히는 증손자를 일으켜 세워
토닥토닥 집안으로 들어간다
댓글목록
박정우님의 댓글

그리움이 크면 그 그리움으로 하여
힘들 때가 있습니다. 기다림이 길면 그 기다림으로 하여
지쳐갈 때가 있습니다.
그리움과 기다림은 늘 문 안에도, 문 밖에도 있습니다.
무더위가 계속됩니다. 건강한 여름 나시기 바랍니다.
밤정골님의 댓글

찾아 주시고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그리움...
우리 인간에게 내려진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