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잔상(殘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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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잔상(殘像) / 안희선
자다가 깨어,
눈가 젖어드는 달빛에
다시 잠 못드는 밤이 있지
가슴 속에 내명(內明)이 깃들어
깊어가는 업장(業障)도 잊는 밤이 있지
곰삭은 아픔까지 아름다운 것은
잠깐 눈 감았던 사이에
그리움의 먼 회랑(回廊)을 타고
꿈처럼 왔다 간 그대 때문이겠지
수척해진 영혼의 촛불은
정전(停電)이 된 내 방에
달 그림자의 더듬이로
쓸쓸하게 켜지고
외로운 시계의 초침(秒針)소리에
홀로 있기 싫어 다시 잠을 청하면
그대는 못다한 말 마저 다하고 갈까
잠 속에서도
환히 눈 뜨고 있는,
잔상(殘像) 같은
나
댓글목록
石木님의 댓글

참 맑은 시를 쓰셨네요.
그 방문객은 왜 잠 들어 있는 시간에만 다녀가실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여
잔상의 눈도 감으시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없는 마음이 이렇게 시가 된 것입니까?
안희선님의 댓글

잔상은 마음이 하는 일이라서..
- 그러니까, 그 心眼이란 게 한 번 뜨기도 어렵지만
감는 거 또한 힘들어서 (웃음)
부족한 글, 머물러 주시니 고맙습니다
짐 캐리님의 댓글

영혼의 맑음이
없는 옷을 또 벗어냄 이라면....
그리 다정함은 코 끝을 찡하니 누르는지요
선생님 편안함두 꼭 챙기시기를....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정갈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그윽한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걸어오네요..
시의 묘미란...이렇게 다가오는 거라는 걸, 느껴보며..
고운 시에..머물다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시라 하기엔, 넋두리 같은 글인데..
과분한 말씀으로 머물러 주신
캐리 시인님,
쪽빛 시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