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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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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842회 작성일 15-08-03 17:04

본문


  소소한 일상의 조각들

 


  정민기

 

 

 

  낮을 걸어 밤에 도착했다
  밤을 걸어 새벽에 도착했다
  새벽을 걸어 아침에 도착했다
  남아 있는 것은 가슴뿐이다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목숨만 다행히 붙어있었다
  한낮 풀꽃에 불과했다
  사나흘은 걸어야 했다
  목이 말랐다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무를 껴안았다
  잠시 벤치에 앉았다
  누군가가 불렀다
  마당에 잡초가 보였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남산 위에 달이 떴다
  그는 성실하지 않았다
  어느 집에 불이 켜졌다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비가 날아왔다
  그가 떠나고 있다
  개미가 기어가고 있다
  잠 못 드는 밤,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과거는 갔다
  현재는 지금이다
  미래가 오고 있다
  기억조차 희미해져 간다
  막차를 놓치고 말았다
  버스는 이미 떠났는데
  뒤에서 손을 흔들었다
  잘 가라고,
  무겁게 침을 뱉었다
  냄비가 익어가고 있다
  이건 어떤 기분일까
  나를 향해 누가 걸어오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냥 지나가고 있다
  지붕에서 나 홀로 선탠을 즐기다
  데굴데굴 몽당연필처럼 굴렀다
  오늘의 주요 뉴스를 보았다
  얼음이 금방 녹았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했다
  벌떼가 소문을 몰아왔다
  그런가 하면 나는 거미에 불과하다
  누가 농구 골대에 내 머리를 던질 수 있을까
  눈앞에 여름이 서성거리고 있다
  어디선가 지렁이 울음소리가 난다
  띠로 누로 토르 또르르
  이 모든 것은 소소한 일상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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