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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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창틈으로 달빛이 고개를 들이 댈 무렵
라디오 주파수를 고르고 있다
주파수를 타고 달려오는 한 여인의 목소리
잔잔한 강가에 탁족 (託足)을 하며 말을 하는 듯하다
목소리는 연두색을 닮았다
굵은 목소리는 라디오 스피커를 꽉 쥐고 있다
에코소리를 버무려가며 목소리를 단장한 그녀
자동차 소음도 삭제시키는 마법을 걸 줄 안다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가 들려주는 음악은 투명하다
목소리로 마음을 요리하는 재주가 있고
음식처럼 맛있는 목소리
다양한 맛이 나는 그녀의 목소리
스피커 속으로 달팽이관이 기어들어가며
감미로운 목소리를 만진다
달빛을 닮은 그녀의 목소리로 똬리를 틀려고 하면
그녀의 목소리는 도망가려고 한다
풀어놓은 사연들이 스피커에 걸려 팔랑거리고
목소리를 훔치고 싶은 아득한 밤
목소리가 꼬리를 감춘다.
댓글목록
SunnyYanny님의 댓글

목소리로 마음을 요리하는 재주..
저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라디오를 가끔 듣곤 하는데 목소리가 참 반할 정도로 예쁘더군요.
목소리좋은 여자 참 매력있어 보여요.
라디오 애청가는 아니지만 가끔 그 여자 목소리가 듣고싶어 라디오를 듣곤하죠.
처음 뵙겠습니다, 시인님.
무더위 건강조심 하세요.
늘 건필하소서, Sunny Yanny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