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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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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798회 작성일 15-08-01 15:46

본문

 

  물망초의 노래

 


  정민기

 

 

 

  누가 '나를 잊어주세요'라고 했나요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했는데
  왜 나를 잊어버렸는지 묻고 싶네요
  미련은 없고 다만 모든 것을 그대에게 줘서
  그게 한이 될 뿐이에요
  차에 치인 고양이의 몸을 보았어요
  저도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죠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기억해보세요
  저를 기억하듯 밤하늘 별을 헤아려보세요
  오랜 기다림 끝에 그대를 만났던 시절이 있었죠
  이제 오래 기다리지 않을 거예요
  미쳤다고 내가 그대를 오래 기다리겠어요?
  꼬리에 사랑이란 독을 잔뜩 품은 전갈자리를 보세요
  나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멀어져 가는
  그대의 뒤태를 나는 보고 있어요
  사랑에도 변비가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마도
  사랑이라는 모래성을 쌓고 있는데
  내가 아는 여자는 모래성을 무너뜨리기에는
  너무도 잔잔한 파도를 가졌어요
  그러나 나에게는 내 모래성을 거뜬하게
  무너뜨릴 그대라는 사람이 있어요
  해변에 소나무가 서 있어요
  파도가 모래성을 자꾸만 간지럽히고 있어요
  사랑도 볼링 핀처럼 쓰러뜨리면 되는 건가요
  좋아하지도 않은 그 징그러운 번데기를 먹어볼까요
  집게벌레가 내 옆구리를 자꾸만 물어버리는 듯한,
  나는 오늘도 가슴에 별 하나씩 담아서
  망초, 망초, 노래 부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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