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인은 살아있다,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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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인은 살아있다, 지금도 / 강경우
어느 날 갑자기
내 강아지가 죽었고, 내 강아지도 죽었고
그런
강아지마저 죽었다. 앉아서
지평의 끝으로, 꽃바람처럼 아득히
그 눈빛이 갈 때면
샘(泉)이 깊던 눈망울
미련 없이 갔다. 오름 등성이를
오르는 바람처럼
내리는 빗방울처럼 흩어져갔다.
그는 알고 있었다. 공원길 다 가면 내가
어디를, 어떻게 밟고 걸어가리라는 걸, 그는
먼저 알고 있었다.
아,
딱 한 번!
눈 마주치는, 그 불같은
순간을 지우고 우리는
다시 사라져 없겠지만, 지금
창밖에서 그는
빗방울 털고 있다 머리카락 올올이 맺힌
내 그림의, 내 잔상(殘像)의
방울방울 털고 있다 그는
저 不在의 한 흐름 위에서
댓글목록
컴파스님의 댓글

아~아 그렇군요.
돋을별님의 댓글

오랜만이 입니다.
올 여름 그곳에는 태풍도 많이 지나가고
비 또한 많이 내렸다하는데
피해는 없으신지?
不在의 잔상을 쫓아가는 허상의 그림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언뜻, 콩시인이 그리우신가 봅니다
말씀처럼 멈춰 선 시간의 한 줄 위에서
부재의 한 흐름 속에서
마지막 순간을...
건강 살피십시요
선생님!
강경우님의 댓글

네, 그렇습니다.
그놈과 함께하던 때와 장소가 문득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비록 강아지지만 저 스스로 귀한 줄을 알아서
맨바닥엔 앉지도 않았고
함부로 배설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날씨가 화창합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