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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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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565회 작성일 15-08-02 06:40

본문

 

  기억의 방

 


  정민기

 

 

 

  그 방은 기억을 뚫고 들어가야 한다
  어떤 외부인의 출입도 받아주지 않는다
  이게 무슨 대단한 퍼포먼스냐고 떠들어댄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나는 그 방으로 떠밀려 들어간다
  지금 여기는 나 말고 아무도 없다
  심지어 마음도 들어올 수 없다
  밖에서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저 소리
  기차가 지나가는 비행기가 날아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시끄럽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곡선인가
  형광펜의 빛줄기가 창문을 통해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그대로 갇혀버리고 말았다
  누군가를 잊어버리기 위해서 이곳에 오지 않기를 바랐다
  초라한 인생은 여기서 그 사람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이기 때문에 잊지 못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는 여기 없고 다만 나 혼자 기억하고 있다
  오선지 대신에 음표를 쓸 수 있는 전깃줄이다
  참새는 그 속에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지금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 이유가 불투명하여 나는 기억해야 한다
  저 소리 저 소리 저 소리 저 소리 저 소리
  기억의 방 곳곳에서 들려오는 개 같은 소리
  차라리 앵무새가 되어서 저것들을 비웃고 싶다
  너는 기억하지 마, 내가 기억해줄게, 난 앵무새야,
  이 정도면 내가 기억하는 줄 알겠지?
  말하자면 나는 앵무새야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앵무새처럼 이곳을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가야겠다
  나는 말하자면 무새거든 앵? 무새거든 앵?
  무새, 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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