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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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면허증 따자마자 자벌레 같은 아들을 구슬러 시어머니가 뽑아 준 쉿! 레간자 오토를 5년 동안 사고 없이 끌고 다녔다, 세상이 넓어졌다
진붉은 엘란트라 중고차를 2, 3년 끌고 다녔다, 세상이 만만했다
은색 스타렉스를 뽑아 높은 안장에 앉아, 자꾸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속도를 늦추려는 차 엉덩이를 두드려가며 좁고 비탈진 길을 2년여 달리고 또 달렸다, 세상이 젖은 연기처럼 매웠다
군청색 수동 중고 아반떼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2년여간 세상이 좁고 어렵고 낯설었다
눈알이 희미해진 진녹색 중고 크레도스를 한 삼 년 묵묵하게 끌었다, 아무리 눈을 비벼도 세상이 만만치 않았다
그짐 사오 년째 검정색 로체와 함께 다닌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는 세상일 것만 같아서 로체도 나도 슬슬 슬퍼지기 시작한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모든 애마들은 슬픈 운명을 지녔죠
예전에 13년간 타던 차를 폐차했는데
것두 애마라고 눈물맺힘
아, 정작 폐차되어야 할 건 저인데 말이죠
잘 감상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