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고독(孤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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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고독(孤獨)
고독은 커피 맛이다
향긋한 커피를 혼자 마주하면 머언 기억으로부터
인생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직선 같은 하나의 메시지를 받는다
커피 맛처럼 거의 변하지 않은 텅 빈 고독이라는
고독은 소나기다
여름날 앞이 안보일 정도의 소나기 속에 홀로 서 본 적이 있는가
그 요란한 빗소리에서 고독이 발밑에 흐른다
비 갠 후 누운 풀잎들이 바람에 물기를 털고 청결한 고독과 함께 일어선다
고독은 박하사탕이다
느끼한 돼지국밥을 먹고 나서
박하사탕 한 알을 입에 넣고 신발을 꿴다
머리 아픈 일이 있을 때 홀로 조용히 옥상에 올라 선다
박하사탕 맛처럼 싸한 고독으로 깨끗한 일상의 새로운 입맛을 되찾는다
고독은 소금이다
바다는 태초의 고독을 낳았다
밤이 오면 달이 섬 가까이로 와서 귀 기울여 하얀 파도를 듣는다
바다를 스쳐 지나간 모든 것들은 바다에 고독을 던져놓고 멀리 떠난다
고독은 썩지 않는 바다의 소금이다
고독은 의자다
나를 위해 예부터 자리를 비워두고
내 영혼 한켠 어디선가에서 내가 오기만을 기다려
눈을 감고 쉬면서 내 안을 깊이 바라보게 하는 빈 의자다
고독은 시인이다
깊은 밤 홀로 문득 외롭다 생각이 들 때
고독은 책을 열어 내게 시를 읽어 준다
릴케, 헷세, 김현승, 신동엽, 신경림, 윤동주..
그들의 신성한 시를 귀에 속살거리며 읽어 준다
그렇게 그리움을 불러다 놓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시인이다
고독은 태풍의 눈이다
모든 바람과 비와 구름을 몰고 가면서도
그 중심에 서서 비어있음으로 물들지 않고 모든 것을 데리고 다니는
인생의 항로를 숙고 끝에 결정하는 태풍의 눈이다
고독은 저울이다
고독함으로써 조용한 시간에 사랑과 슬픔과 그리움의 무게를
고독의 등에 올려 달아볼 수 있다
한 잔 술 마시고 취한 것과 열잔 술에 취한 것은 행여 같을까
취함에도 깊이가 있듯 고독에도 그 깊이가 있다
진정 고독함으로써 소금처럼 썩지 않는 아름다운 영혼 속에 그대의 순수함을 끝내 간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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