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다시...) 그대,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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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미안해요 / 안희선
<넋두리>
나에게 영원한 연인이 있다면, 그건 시일 거 같다
(시는 나를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할지 몰라도)
어쨌던,
초라해진 나에게서 모든 사람들이
떠나갔어도 시만은 여전히 내 곁에 있어주기에
하지만, 그대(시)에게 늘 실망만 안겨주었던
내가 오늘 따라 많이 미워진다
이미 기울어진 삶 위에
어떤 외로운 정신 하나
세상이 만든 혹독한 추위에 떨고,
그래도 무슨 미련이 남아있어
아직도 홀로 노래를
이제, 아름다운 시간은 없다
세월 끝에 간신히 살아남은,
빛바랜 추억만 있을 뿐
오늘도 마음 속에
새 한 마리 노래한다
하지만,
새는 곧 사라지리라
그래도, 그대는
먼 훗날
내 노래를 기억할 수 있을까
그대, 미안해요
아무런 기쁨도 주지 못해서
삶의 어둔 턴넬 저쪽 끝에서,
소리없이 열리는 추억의 문
내가 이미 지워진, 그곳에서
꿈처럼 반짝이는
너의 슬픈 눈빛
차마, 나를 잊지 못하고
댓글목록
시쓰는농부님의 댓글

안시인님, 시인은 타인의 마음도 읽나보죠 시에 대한 제 감정을 어찌 아셨는지? 공감하고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그저, 넋두리 같은 글인데..
귀한 걸음으로, 공감으로, 머물러 주시니 고맙습니다
박서아님의 댓글

책이 애인보다 좋은 이유를 들때 제가 쓰는 표현인데,
시인님 께서는 애인보다 시가 좋은 이유로 꼽으셨네요.
비가 유리창에 도전장을 내는 토요일 밤 입니다.
평안 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