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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시 한편 작은 숲 가운데
말로만 듣던 안개에 가려진 큰 건물이
보일락 말락 폐공장처럼 희미하게 서있었고
큰 손잡이가 달린 출입문만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건물의 생김새나 크기도 도통 안개에 쌓여 거의 안보였다
조금은 겁도 났지만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오래된 문이라 소리가 났지만 무엇보다도 그 안이 무척 궁금했다
여전히 안개가 짙었지만 어렴풋이나마 널따란 정원이 시작되고
그런대로 잘 가꾸어진 크고 작은 나무들 사이로 작은 분수를 돌아
현관문을 열고 더듬더듬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섰다
복도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세 개의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호기심으로 첫 번째 방문을 열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무엇인가 잔뜩 쌓여있다
일단 발을 들여놓고 한발 한발 조심스레 둘러보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노트 하나가 펴져있고 그 옆에는 오래된 타자기가 있었다
왠지 분위기가 으스스했지만 호기심이 더 컸다
누군가 마시다 둔 컵도 보이고
책장에는 먼지 쌓인 생물도감 같은 고서로 가득하고
알 수 없는 상형문자판 같은 것도 걸려있다 지구본도 작은 책상위에 놓여있다
이 방은 도서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벽에 특히나 오래된 철학서나 사랑, 이별, 죽은 등에 관한 책들로 가득 찼다
아무 것도 손대지 않고 조심스레 한 번씩 눈길만 주고 쭈욱 돌아봤다
그 방에서 나오자 이제는 두 번째 방이 궁금해졌다
방문을 열자 어슴프레한 밝기는 첫 번째 방과 똑같았다
이 방은 연극할 때 쓰는 소도구를 모아둔 방 같은 느낌이었다
마스크도 몇 개 보이고 벽에 걸린 옷가지도 보이고
지팡이도 보이고 빗자루와 해골 같은 것도 보이고 조리기구도 몇 개 보였다
다시 나와 마지막 방의 문을 열었다
이 방은 다른 방과 달리 꽤나 큰 물품들이 있었다
물고기가 들어있는 어항도 보이고 등이 세 개나 켜져 있어 꽤나 밝은 분위기였다
의학용 기구들이 꽉 차있었고 수술용 절개도구도
봉합용 바늘도 크기대로 책상위에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었다
한쪽 벽에는 칠판도 걸려있고 무언가 적힌 달력도 보이고
아마도 연구작업를 위한 교실 같았다
누군가 이 세 방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어떤 작업을 해낸 것 같다
시간이 꽤나 흘렀다 싶어 나가기로 결정하고
여전히 안개로 자욱한 정원을 더듬거리듯 지나 들어왔던 문을 열고 나왔다
문을 잽싸게 닫고 혹시 다시 찾을 지도 몰라 잠시 생각하다가
그 문 위에 詩라고 분필로 크게 써놓고 안개를 헤치며 얼른 그 자리를 떴다
그 뒤로 가끔씩은 그 건물을 찾아가 보지만
안개로 덮힌 건물의 윤곽도 크기도 높이도 쓰임새도 오리무중이다
단지 그 위에 詩라고 쓰인 門만 분명히 보인다
이 건물은 어떤 지도에도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그 문이 있는 곳까지는 미로처럼 나만이 아는 숲길이 나있어
내가 원하면 그래도 쉽게 도달 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큰 도시 한편 작은 숲 가운데
말로만 듣던 안개에 가려진 큰 건물이
보일락 말락 폐공장처럼 희미하게 서있었고
큰 손잡이가 달린 출입문만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건물의 생김새나 크기도 도통 안개에 쌓여 거의 안보였다
조금은 겁도 났지만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오래된 문이라 소리가 났지만 무엇보다도 그 안이 무척 궁금했다
여전히 안개가 짙었지만 어렴풋이나마 널따란 정원이 시작되고
그런대로 잘 가꾸어진 크고 작은 나무들 사이로 작은 분수를 돌아
현관문을 열고 더듬더듬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섰다
복도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세 개의 방들이 줄지어 있었다
호기심으로 첫 번째 방문을 열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무엇인가 잔뜩 쌓여있다
일단 발을 들여놓고 한발 한발 조심스레 둘러보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 노트 하나가 펴져있고 그 옆에는 오래된 타자기가 있었다
왠지 분위기가 으스스했지만 호기심이 더 컸다
누군가 마시다 둔 컵도 보이고
책장에는 먼지 쌓인 생물도감 같은 고서로 가득하고
알 수 없는 상형문자판 같은 것도 걸려있다 지구본도 작은 책상위에 놓여있다
이 방은 도서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벽에 특히나 오래된 철학서나 사랑, 이별, 죽은 등에 관한 책들로 가득 찼다
아무 것도 손대지 않고 조심스레 한 번씩 눈길만 주고 쭈욱 돌아봤다
그 방에서 나오자 이제는 두 번째 방이 궁금해졌다
방문을 열자 어슴프레한 밝기는 첫 번째 방과 똑같았다
이 방은 연극할 때 쓰는 소도구를 모아둔 방 같은 느낌이었다
마스크도 몇 개 보이고 벽에 걸린 옷가지도 보이고
지팡이도 보이고 빗자루와 해골 같은 것도 보이고 조리기구도 몇 개 보였다
다시 나와 마지막 방의 문을 열었다
이 방은 다른 방과 달리 꽤나 큰 물품들이 있었다
물고기가 들어있는 어항도 보이고 등이 세 개나 켜져 있어 꽤나 밝은 분위기였다
의학용 기구들이 꽉 차있었고 수술용 절개도구도
봉합용 바늘도 크기대로 책상위에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었다
한쪽 벽에는 칠판도 걸려있고 무언가 적힌 달력도 보이고
아마도 연구작업를 위한 교실 같았다
누군가 이 세 방들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어떤 작업을 해낸 것 같다
시간이 꽤나 흘렀다 싶어 나가기로 결정하고
여전히 안개로 자욱한 정원을 더듬거리듯 지나 들어왔던 문을 열고 나왔다
문을 잽싸게 닫고 혹시 다시 찾을 지도 몰라 잠시 생각하다가
그 문 위에 詩라고 분필로 크게 써놓고 안개를 헤치며 얼른 그 자리를 떴다
그 뒤로 가끔씩은 그 건물을 찾아가 보지만
안개로 덮힌 건물의 윤곽도 크기도 높이도 쓰임새도 오리무중이다
단지 그 위에 詩라고 쓰인 門만 분명히 보인다
이 건물은 어떤 지도에도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그 문이 있는 곳까지는 미로처럼 나만이 아는 숲길이 나있어
내가 원하면 그래도 쉽게 도달 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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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unnyYanny님의 댓글

문앞에 서면 늘 궁금하죠
방이라고 다 같은 방은 아니니까
봄뜰님 휴일 잘 보내세요
봄뜰123님의 댓글

항상 애매하고 무엇이 무언지 모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시란 그것을 밝히는 작업이 아니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적어 봤습니다.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야니님.
좋은 날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