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솔밭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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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출의 죽음은 시구문으로 나가
한성의 성벽 길을 지나
미아리고개에 다다르면 눈물이 났다.
그래서 미아리 눈물고개
한밤에 우는 곡소리
'이는 어디에서 우는 소리인가?'
임금은 신하에게 물었더니
'천출의 죽음이 사 대문 밖
미아리고개를 넘는 울음소리'라 했다.
임금은 거기서 다시
'오리는 더 가서 울어라.' 했다.
오리를 더 가오리.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 길에
하루에 두 번 선다는 버스 정류장이
장미원,
화원의 장미꽃은 아파트에
그 자리를 내주고
이름만 남은 길에는 아스팔트 길이 놓였다.
가을이면
황소의 울음소리가 우이령을 넘어
장마당이 선다는 소귀골에는
우이경전철이 기지창을 만들고 있다.
그 사이 솔밭공원
소나무도 막걸리를 마시면 윤이 난다는데
울울창창 늠름하던 기백의 숲은 어디 가고
지금은 숲의 놓인 벤치에 자리를 내주고
그 명맥만 이어 온다.
동대문에서 우이동으로 가는 길은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댓글목록
아무르박님의 댓글

서랍장위에 놓인 술잔
아무르박
벚꽃의 눈물인가
술잔에 어리는 벚꽃 한 잎
인사동 골목을 지날 적에
나를 잃어버린 사랑이 울고 있다
그 사랑이
눈물의 술을 따르고 있다
계절은 어느 덫
매미의 구애 소리
밤잠을
새벽잠을 설치는 7월인데
임의 소식은
술잔에 눈물을 마시지 못해
벚꽃잎만 띄워놓고 애달파라
다시는 인사동에
발길을 들이지 않겠다던 다짐이
종로를 지나
피맛골을 지나면
잃어버린 옛사랑이 거기
있을 것만 같아
일주문 같은 석조전에 앉았다가
돌아선다
그 날 밤, 만리장성을 넘던 새벽은
비가 내리고
서울에서 저 땅끝 바다 건너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새벽의 첫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지막 벚꽃의 눈물 잔은 남겨두고
돌아선 것만 같아
서랍장 위에 놓인 술잔이
잃어버린 봄을 다시 찾아 줄 것만 같아
그 여름밤의 추억은
덩그러니 빈 잔으로 남았건만
그리고 단 한 번도
술을 따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