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늪 * > 창작시

상실의 늪

이영균

문 쪽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건 사랑이었다가 설렘이었다가 초조이었다가

기대의 강도가 점차 흐려지다가

혹시나 이었다가 설마였다가 걱정이었다가

점차 원망으로 치닫다가

미움이었다가 분노가 되고 말면

한 가닥 빛도 새어들지 않는

철옹성이었다가 바위가 되고 마는 것

문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삐걱 문이 열리면 어두웠던 상념들이 놀라

화들짝 순식간에 사라져 환한 가슴이 불시에 쿵쿵거리고

빛을 등진 그에게서 사랑의 윤곽을 그려내느라 눈앞이 아득해지고

능변의 말도 발목이 부러진 듯 절름거려 더듬거리고

우왕좌왕 허공에 둥둥 몸이 뜨고

바위가 구름이 되는 것

결국 비애의 비가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