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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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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56회 작성일 15-07-21 10:58

본문

한 여름 밤/활공


고요가 흐르는 밤
오늘따라 달이 낯선 빛으로
중천에서 구름과 함께 숨박꼭질을 하며
밤이 깊어 진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서
희미한 기억들을 주워 담으며 한 없이 맑기만하다
기억과 함께 저편 머물던 상흔들이
식어가는 대지 위에서 힘겹게 매달려있더니
마지막 의식 한 조각 남김없이
어눌한 몸짓 홀로 뜬금 없는 모습으로
빛 없는 어둠의 숲 쪽으로 숨어들었다
또 다른 계절의 길목이 보이고
밤은 점점 길어지고 있는데
파편처럼 부서지는 침묵의 발광(發光)
완전한 삶의 싸움터엔
포성 없는 낯선 기운들만 날뛰고
든든한 원두막 하나 세우고 세월을 벗 삼아
집착없이 세상을 걸어가고 싶다
언덕 넘고 강을 건너 무아의 지경에
생존에 대한 집착과 욕심의 사슬 끊어버리고
시간을 초월하는 지혜 하나 얻고 싶다
한 여름 밤 늪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어럽게 잠깐 잠든 사이 밤은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소란스러운 낮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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