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수업 ―세월호 추모시 (문학광장 7월 3주 우수작)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정민기
바다 밑에 고등학교가 있다
2학년 교실만 있다
다른 1학년과 3학년이 있어야 할
교실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9명이 수중 수업을 듣고 있다
그 틈에는 아직 고등학생이 아닌
사람도 있고 그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도 있다
흐릿한 칠판에는
'세월의 진상규명이란 무엇인가?'
라는 글이 쓰여 있다
사회 시간인 것 같다
그 누구 하나
수업을 방해하는 사람도 없다
떠들거나 졸지도 않는다
초롱초롱한 눈빛은 별빛보다 찬란하다
또래 친구들은 먼저 올라갔지만
친구들을 위해서 끝까지 수업을 듣고 있다
체육 시간에는 다 큰 병아리를 향해서
공을 던지는 경기를 한다
다 컸다고 하지만 아직 병아리라서
제멋대로 일 처리하는 모습은 건방지다
꼬끼오, 울어야 할 때지만
다 큰 병아리는 오히려
아직 삐악 거리고 있다
수중 수업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바닷물처럼 깊어질 것 같기도 하다
서로서로 위해서
묶어준 구명조끼 끈만 어둡고 침침한
그곳에서 함께 떠난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

[사이버 문학광장 심사평]
7월 3주(7.13-7.20)우수작은 변혜지님의 “수두”와 트랙터님의 “쇳물을 먹다”와 ‘포엠스타’님의 “수중 수업”입니다. “수두”에서는 다양한 화자의 시선과 다면적 발언을, “쇳물을 먹다”에서는 활달한 묘사를, “수중 수업”에서는 진정성을 높이 샀습니다.
책 선물은 『세 겹으로 만나다; 왜 쓰는가』 (삼인)입니다. 한동안 이 책을 선물하겠습니다. 읽으신 분은 선물하십시오.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

♬ 영원한 사랑 (세월호 추모곡) – 오숙자 詩, 曲
http://www.youtube.com/watch?v=eCXuhBo-wtE
활연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쇳물을 먹다는 박하린님인데, 그기까지 날아가서....마당발이 아니라 광장발이로군요. ㅋ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의 댓글

이런 우연이~~ㅎㅎ
검색해보니, 박하린 문우님 시가 맞네요.
시마을에서도 문학광장에서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좋은 시간 되세요.^^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이정록 시인이 좋은 시인이긴 하지만,
등단작가들이 거기 줄 서 있는 게 좋은가는 싶네요. 저도 몇 편 놀다가
한두 달 사이 시마이 했지만, 작가는 자기 세계의 성을 쌓아야 한다, 그러므로
단물 한 술 받으려 입 벌리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물론 등단 자체를 가리고 처음부터 다시 공부! 이러면 말릴 수 없겠지만.
책벌레정민기님의 댓글의 댓글

깊이 공감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읽고, 쓰고, 지우고, 쓰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