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흐르는 시간 > 창작시

내 생에 흐르는 시간/활공

밤은 한 없이 깊고 조용해
그 깊은 속을 어찌 알겠는가
그윽한 호흡의 흐름에 마음을 얹지고 나면
여름이라 숲은 꿈도 없이
숙면으로 빨려 들어가
계절이 지나가는 까만 하늘에는
별도 달도 모두 잠들었다
낮은 먹이사슬 처럼 거부할 수 없는
경계가 분명하고
끝끝내 여름의 늪은 속을 숨기고
애처로이 야생화만이 가엽게 미소 짓는다
작렬하는 빛은 등을 밀며
서둘러 대지를 일구려 채찍을 가한다
들판에 내려앉은 저 초록의 발정은
극점을 향해 비지땀을 흘리는데
온 산야는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을
가슴에 안으며 뜨겁고 깊은 노래를 부른다
호랑나비 흰나비 황혼에 기대어
한결 서늘해진 오후의 느슨함에
여름은 정렬의 가슴을 진정 시키고
한숨 쉬어가는 여유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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