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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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울었다.
내일은 오늘의 슬픔을 잊고
살아가겠지.
인생은 왜.
나를 화나게 하고
슬프게 하고
행복에 떠밀려가게 하는가?
모든 근원은 내 마음속에 있는 것
사는 게 괴로운 날 저녁은 술에 취해
집을 찾아드는 마을 길이 낯설었다.
하물며 외로움이 나를 찾지 못해
그런 날 밤은 그림자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웃고 있다.
내가 웃으면 가족들도 가슴 가득
한 아름의 선물 포장지를 걷고
희망이 툭 튀어어나올 것만 같아
서로를 기대고 있었다.
분노 뒤에 찾아드는 슬픔이
자아를 찾아가는 동안
나는 침묵을 금처럼 배워야 하는
가장의 길을 걷고 있었다.
슬픔은 내 몫이어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의 상처마저
보듬어 꾸려나가야 하는 사나이,
그러나 아이들이 커 갈수록 작아지는
하늘이었다.
남자,
울어도 울 줄 모르고
아파도 튀낼 줄 모르고 살아야 한다고
내 아버지가 그랬듯이
골방에 앉아 문을 지우고 나를 가두거나
인적이 없는 공원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댓글목록
아무르박님의 댓글

가외당에 앉아
아무르박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 없어
하루에도 서너 번
나는 아파트 계단에 앉았다.
감지 등은 언제나 제 몸을 밝혀
나를 계단에 헛디디지 않게
하루의 활주로에 안착시켰다.
이내 찾아드는 어둠
그리고 창 넘어 불빛에 아른거리는 도시의 풍경이 막연한 위로를 주고 있었다.
계단에 앉아 보라.
나처럼 무릎과 머리를 계단 담벼락에
기대앉아 보라.
외로움이 얼마였던가?
계단이 검게 변한 하트 모양의 반질거림
무릎의 꼭짓점과 머리의 꼭짓점이
밤보다 까맣게 자국을 남겼다.
가외당에 앉아 꿈을 꾸고
가외당에 앉아 시를 쓰는
가외당 시인
오늘처럼 안개가 자욱한 밤은
나를 저만치 달려가게 하는 음악에 사로잡혀 바람을 기다린다.
내 것이란 이렇게 보잘것없고
나의 안식이란
하루의 쉰내를 샤워 한 이 순간이다.
아무 욕심도 바램도 없는 시간이
기름에 반질거리는 어둠을 먹고
검버섯처럼 자란다.
아무르박님의 댓글

내 사진은 잘 나오겠네
아무르박
사다리에서 휴대폰이 떨어진 날
나의 분신은 사금파리처럼 빛났다.
지난 삼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마누라보다도 더 살갑게 나를 지탱해 준
핸드폰,
어느 시인은 내 시를 보고
스티브잡스의 발명품만큼
잉크와 종이가 없는 시를 쓰는 사람
그렇게 나를 지칭했다.
오동나무 아래에서 담배를 피다가
봄을 잃어 버린 탄식에
봄을 일깨워 준 오동나무 꽃
하루도 게으름 없이
부단히 달려 온 지난 이년의 시간을 돌아 보면
나는 시인이라 불리웠다.
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을 하얗게 새운 지난 날들이
나는 시인이라서 시를 쓰는 게 아니었다.
다시는 나의 삶에
봄을 잃어 버리지 않겠다는
나의 약속이었다.
바쁜 일상속에
뼈마디가 노곤하고
삶에 지쳐 있던 밤은 몸이 아팠다.
내게 찾아 온 봄을
그 오동나무 꽃을 잃어 버릴 것만 같아
나는 아팠다.
잉크와 종이도 없고
메모장도 없고 시작노트도 없는
그런 나를 언제나 쓰던 핸드폰,
휴대폰을 바꾼 날, 아내는
내 사진은 잘 나오겠네 했다.
SunnyYanny님의 댓글

.
다시는 나의 삶에
봄을 잃어 버리지 않겠다는
나의 약속이었다.
진솔한 시편.. 가슴으로 읽고 갑니다
아랫집에서 담배 냄새가 올라옵니다.
참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집에서는 악기소리가 나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