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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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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石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29회 작성일 15-07-15 07:23

본문

타향

포도밭에 뿌린 살충제가 문제였을까
끈적끈적한 바람은 비틀거리며
고속도로의 자동차 내연기관에 들어가서 근무했고
결국은 K씨의 소동맥 정체구간에서 우둔한 추돌사고를 유발했다
(K씨의 혈당이 180 이상으로 상승했을 것이다)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몸으로 바람은 구급차에 실려 공항으로 갔다
알프스 고원에서 요양을 해야 한다
K씨는 갈증을 누르고 외출하여 바람을 배웅하였다
유럽을 향해 이륙하는 죄수도 아닌 사람들이
의자에 허리가 포박된 상태로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바람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것이다
오존층을 뚫고 내려온 자외선이 항공기를 하이재킹하여
블랙홀로 끌고 가지만 않는다면
순대국집 이코노미 테이블에 꿀벌을 가장한
꽃가루 묻은 왕파리 한 마리가 착륙했다 
K씨는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빨랫줄에 매달린 두레박을 타고
피라투스 계곡을 굽어보았다
안내인이 알프스 만년설 붕괴현상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서울에 와서 50년, 그가 고향에 가면
고향은 타향이 되었고, 물론 서울도 타향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과거에는 밤나무 서식지였다
진입로 입구에 서서 수시로 가위질 당하는 향나무는
먼 외지外地에서 간택되어 왔을 것이다
명예롭게 퇴직을 한 뒤부터 K씨는 고고학자처럼
다람쥐 유적을 찾으러 다니는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
생애를 완성하는 것 말고는 더 계획해 놓은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경비초소 앞에서 오후에 비둘기가 울면, 어두워지기 전에
혹시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까
생각을 그렇게 해 보는 것일 뿐 그 생각을 믿지는 않았다
지구촌은 오늘도 K씨의 타향이 되고 있었고
바람에게도 그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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