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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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연님의 댓글

물의 방중술
박지웅
연못에 신방을 차려졌다
신부가 알몸으로 들어가 눕는다
신랑의 육체를 돌며 천천히 꼬리 치는
비단잉어, 스르르 밑으로 내려가
입으로 물의 지퍼를 내린다
그렇다고 해서 농익은 몸 와락 껴안는 것은
신부에게는 미안하고 또 무력한 포옹이다
손끝만으로도 쉽게 으스러지는 무른 살로는
가슴으로도 아무것도 안을 수 없다
신랑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슬그머니 놓는 것,
태생적으로 불을 지피지 못한다 해도
하룻밤이라면 하룻밤, 백 년이라면 백 년을
제 몸 뚫고 지나가는 신부의 숨결이 되어주는 것
빈틈없기에 오히려 느슨한, 거리를 두고 지켜주는 것
때로는 문지르고 싶어도
때로는 눌러쓰고 싶은 이름이 있어도
태연한 포옹으로 다만, 물들게 하는
낮은소리님의 댓글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일
중심 이미지 두 개를 해체 중인데
하나는 위에서 하나는 아래에서
뭘 봐!
푸욱, 담그고 가네요
'나'는 조용히 세상에 스며들다
아무도 모르게 유리창에 입김 불어
이름 하나 써놓고 떠나가는 일,
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짱짱한 오후, 지으세요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유리창에 입김 불어
시 한 편 내려놓고 가셨네요.
위는 관념을
아래는 이미지를 통해
쓴 글이라 비교되지요.
더 뜨겁게 여름하세요.
森羅萬象님의 댓글

어디라도 있으나
어딜 향해서도
아직 다 피우지 못한 말
여운으로 먹먹합니다.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누구신지 살짝 의문이 듭니다. 잡힐 듯 말 듯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