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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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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2,017회 작성일 15-07-15 11:45

본문

    부디





    입술 말아낸 묵음이 떨어지자마자
    한동안 여울지는 말
    간절한 소원이 가만히 손아귀를 쥐어보는 말
    살얼음 비친 달그림자에 다짐을 주듯
    아득히 멀어지는 어깨에 망울 짓는 말
    바라건대 훗날처럼 지금도 무사하소서
    시울 붉어진 나루 우두커니 앉아 있는 말
    땅속 깊이 오므리고 있다가 언 땅 밟으면
    잔가지 물속에 늘어뜨리고 새순 돋는 말
    외진 곳으로 번져 검은 입가에 묻어나면
    멀리 시공 밖으로 조문을 다녀오는 말
    흔하디흔한 말의 숲에서 어쩌다 꺼내보면 따뜻한 심장이 쿨렁거리는 말
    컴컴한 낮을 향해 햇무리 짓는
    어디라도 있으나
    어딜 향해서도
    아직 다 피우지 못한 말










추천3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의 방중술

              박지웅





연못에 신방을 차려졌다
신부가 알몸으로 들어가 눕는다
신랑의 육체를 돌며 천천히 꼬리 치는
비단잉어, 스르르 밑으로 내려가
입으로 물의 지퍼를 내린다
그렇다고 해서 농익은 몸 와락 껴안는 것은
신부에게는 미안하고 또 무력한 포옹이다
손끝만으로도 쉽게 으스러지는 무른 살로는
가슴으로도 아무것도 안을 수 없다
신랑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슬그머니 놓는 것,
태생적으로 불을 지피지 못한다 해도
하룻밤이라면 하룻밤, 백 년이라면 백 년을
제 몸 뚫고 지나가는 신부의 숨결이 되어주는 것
빈틈없기에 오히려 느슨한, 거리를 두고 지켜주는 것
때로는 문지르고 싶어도
때로는 눌러쓰고 싶은 이름이 있어도
태연한 포옹으로 다만, 물들게 하는

낮은소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낮은소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상하지만 이상하지 않은 일
중심 이미지 두 개를 해체 중인데
하나는 위에서 하나는 아래에서
뭘 봐!
푸욱, 담그고 가네요
'나'는 조용히 세상에 스며들다
아무도 모르게 유리창에 입김 불어
이름 하나 써놓고 떠나가는 일,
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짱짱한 오후, 지으세요

활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리창에 입김 불어
시 한 편 내려놓고 가셨네요.
위는 관념을
아래는 이미지를 통해
쓴 글이라 비교되지요.
더 뜨겁게 여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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