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장맛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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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장맛비가 내린다. 산과 골 사이에 내린다. 어제도 내렸고 오늘도 그렁그렁 내린다. 장맛비는 구석진 마을 담벼락을 적시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 있는 당신과 나를 적신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서서 우는 장맛비, 우중충한 길에서 잠시 쉬었다가, 장맛비가 내린다. 인도로 끌고 나온 몸뚱아리,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은 게다. 가리고 감추고 사는 것, 색색의 우산 아래 거뭇한 그림자와 내 그림자 사이로 장맛비가 내린다. 층층나무같은 우산들이 조금씩 흔들린다. 하나는 그 자리에서, 또 하나는 한발짝 앞으로, 장맛비가 내린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장단에 맞춰 구두코를 적신다. 옷깃에 엉기는 촉촉한 기운, 밤새 뒤척이던 꿈자리를 밀치고 끝끝내 주워담지 못한 이야기와 취중에 젖은 진담을 숨긴 채, 휘청대는 길을 걷는다. 잠시 길 끝으로 멀어지는 비의 장단, 점점 환해지는 산등성이로 두터운 구름이 열린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진실 앞에서 하나, 둘 우산이 접힌다. 세상밖으로 끌고 나온 몸뚱아리의 전모와 숨겨놓은 그림자의 진실이 보였다.
글쓴이 : 박정우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세상밖으로 끌고 나온 몸뚱어리의 전모와 숨겨놓은 그림자의 진실이 보였다//
결구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글입니다
너무 뜸하거나, 아예 소문만 무성한 장맛비!!!!
주말에 내린다면 흠씬 젖고 싶은 마음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시인님의 시에 몇번이고 더 빠졌다가 전모와, 그림자의 진실을 캐 볼 것 같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추신> 개인적으로 눈이 안 좋아 활자가 컸으면 합니다...ㅎㅎㅎ 그저 아주 개인적인!!!!
고맙습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장맛비가 오다말다 심통을 부리네요.
글자 크기는 11포인트 정도가 적당하다 생각되는데
11포인트 크기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12포인트가 있더라고요...
저도 그 포인트로 쓰고 B 클릭하면 굵은 글씨로 나오더라고요
제가 주제넘게 주문을 드렸나 봅니다.
그냥 지나치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정우님의 댓글의 댓글

아닙니다. 별 말씀을...
문서에 걸 맞는 폰트 사이즈가 있기 마련이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너무 작거나 너무 비대칭적으로 크면 문서에 미려함이 덜 하기에
나름 생각해 보았습니다.
12포인트를 사용해 보니 문서작성 창 크기에 비해 폰트 사이즈가 좀 크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11포인트나 11.5포인트가 적정하단 생각에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