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고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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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샅길에서
예전에 살던 목포댁 부침개 들고
길 돌아 식기 전에 발걸음 재촉하던
서울에서 아들놈 청주 사들고 오면
길앞까지 나와 반겨 받아들고
이제 오냐, 무뚝뚝 돌아서며 씨익 웃던 이씨
도시로 하늘로
풀풀 다들 떠나고 돌 박힌 흙담만
녹아 뒤틀린 등에 잡풀 몇 포기 이고
빗속에 물끄러미 하늘 보고 서있다
지날 때마다 뼈까지 스며드는
오래된 흙내음 옛날이야기처럼 낮설지 않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는 게여, 뒷집 아재의 말처럼
흙맛 들어 시퍼런 벼논 물꼬 트러
살아있는 흙 몇 점 뼈에 붙이고 삽 들고 고샅길을 나선다
댓글목록
금사공님의 댓글

정겨운 고샅길,
대풍 드소서
시인님
봄뜰123님의 댓글의 댓글

그래도 올해는 늦긴했지만 비가 그런대로 때맞추어 내려서
농촌 해갈은 될 것 같네요. 고샅길 벗어나 퍼렇게 훤히 보이는
논을 보면 마음이 퍼렇지요. 방문 감사합니다. 금사공님. 좋은 날 하시길.
淸草배창호님의 댓글

하마하며 기다렸는데 여름비 대지를 적시고 있습니다.
말라비틀어진 남새밭도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시인님의 고샅길도 싱그러움 가득하리라 믿습니다.
넉넉한 일상이 되시기 바랍니다.*^^*
봄뜰123님의 댓글

싱그러움을 준비하는 시절입니다. 이제 만갓 꽃이며
풀들하며 벌레들이 제 자랑할 때가 오겠지요. 항상
멋있는 시로 깜짝 깜짝 놀래키시는 청초배창호 시인님,
오늘도 건필하는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SunnyYanny님의 댓글

어릴적 살던 시골이 생각납니다.
초가는 잡풀 무성하다가 흙으로 돌아갔더라구요.
어느새 저녁입니다.
봄뜰123님의 댓글의 댓글

초가집, 생각만 해도 그립습니다. 아마 우리세대 아니면
누가 풀로 이어놓은 지붕 밑에서 잠을 자 보얐겠습니까.
비가 와도 스스로 스며들다 처마로 떨어뜨리는 정취,
삶의 모습이 자연스러웠던 그 날들이 다 지나버렸습니다.
시골의 따뜻한 정취, 흙의 내음을 잊지 못할 시간입니다.
서니야니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