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둥근 수레바퀴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둥근 수레바퀴 /배월선
산부인과 의사가
몇 번의 내진을 시도한 끝에
까무룩, 문은 열린다
개화시기를 점치는 것처럼
몇 센티나 열렸나요?
아직 멀었나요?
초침을 바라보며
멀긴 멀다 싶은, 둥근 버찌들
항문이 열리고 동공이 열린다
검게 눌린 복사뼈처럼 낙화시기를 점치는 우리는
천 개의 수레바퀴를 굴려
언젠가 비닐을 뚫고 나온 문을 향해 걸어들어가게 되는 것
어디론가, 가고 오는 통로가 낯설지 않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비밀에 붙인 채 바람은 분다
예전에 기록된 노트를 펼치면 36.5도로 스멀스멀 떠오르는 차가운 온기
벗어 놓은 옷가지와 더 헤질 것도 없는 신발뒤축,
한 번 떠난 사람은 어디서 보나
그립다는 말은 남은 자가 갖는 슬픈 병명이다
올 땐 오는 사람이 울고 갈 땐 떠나 보내는 사람이 운다
울음은 늘 꽃과 꽃 사이에 끼여있었으므로
꽃이었던 그가 꽃속에 파묻혔다
댓글목록
박정우님의 댓글

사람과 자연이 적절히 베인 듯 합니다.
아침, 좋은 시 읽고 갑니다.
늘 아름다운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은영숙님의 댓글

배월선님
시인님! 새집에서 인사 드립니다
우리의 삶의 진리를 리얼하게 수록하신
진리 속에 담겨진 고운 시를 생각 속에 잠겨
시인님 뜨락에 머물다 가옵니다
새 집에서 시인님! 더욱 즐겁고 행운 속에
행보 되시도록 기도 합니다~~^^
시후裵月先님의 댓글

박정우 시인님
은영숙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고 가는 것이 매 한가지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