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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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가둬 섬을 키우는
산양에 가면
바람도 곁이 허전해 자주 뒤척인다
마을과 전봇대와 불빛들을 데리고
물 깊은 데로 들어가
옹기종기, 가늘고 긴 길을 낸다
부둣가를 기웃거리는 발톱이
새까만 것들을 할퀼 때면
수면을 열고 나오는 왁자한 고깃배들
더딘 눈을 뜨고
꿈들, 일어나는 섬들
미처 수습하지 못한
어족의 지느러미 달고 동살을
헤엄치는 갈매기들
바다를 정박해둔 사내들이
배를 몰고, 밤새 켜둔 불을 끄러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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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바다도 외로우면 외로움을 토설하는
울음을 울 것이고, 그것을 눈치챈 사내들을
모아 술을 마시겠지요. ㅎㅎ
동태알 내장국이라도 있으면 취기는 더 길어지고
사람들은 지전과 바꾼 부레와 지느러미들을 앞세우고 어둠을 수습하여 삶의 자세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부둣가, 선창가의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감사합니다. 성영희 시인님! *^^
수련향기님의 댓글

바다도 고독하면 술을 마신다.....
바다를 가둬 섬을 키우는 산양이 궁금합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글....
동피랑님의 댓글

이 시와 함께 산양이 낳은 추억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