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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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새가 날아간다
잡지도 못한 나뭇가지는 놓아주지도 못한다
그때 손이 빈 것을 보고 눈이 내려 앉는다
새일까 생각하는 사이 눈이 녹는다
날아갔다고 믿으면 저 몸짓은 시간에 벗어나
외따롭다
서있으면 문이 생긴다
닫아줄 사람을 기다리다가
나뭇잎마다 문 여는 소리 매달고
너는 문지기가 되었나
바람의 노크 소리마다 문을 열어주었다
아무도 없는 가지 너머 눈이 사라지는 그곳에서
창을 내고 햇볕만을 쬔다
너는 기다림 쪽으로 뻗어가는 생
직립이란 늘 의문스러운 고갯짓인데
그곳에 손이 있었다
생명의 문을 찾아서 가만히 올리고 있는데
하얀 새가 앉았다
누가 온 줄 모르고 받아들인 시간 한줌
스스로 털어내면서
그 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뭇가지
바람이 간 뒤에도 두들기고 있다
내면에 귀기울이다가 한 곳을
백 년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열어주지 않았으므로 서있는
온몸이 한 그루 기다림이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멋진 시, 이네요
아름드리한 세계를 엿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