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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서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유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48회 작성일 17-05-29 06:04

본문

혼자 서 있다 / 유상록


앞마당 산딸나무 서 있다 
수줍은 꽃잎 아닌 꽃잎 
붉은빛 입술 둘러싼 우윳빛 쟁반 
오뉴월 노란 염주 받쳐 든다 
뒤뜰 백일홍 동갑내기 동무했을 때는 

한 줌 이파리 무거워 양팔 축 늘어졌는데

앞대문 들락날락 삼십여 년 함께 살아온 

문짝 높이 키에 떡 벌어진 풍채 

집앞 정원수로 안성맞춤이다


뒷마당 개울물 경사진 내리길 계단 따라
쿠누스, 사토미, 배다른 두 자매가 있었다
늘어진 가지 끝 마디마디 봄날 이슬 달려 햇살 떠오르면
다 머금지 못한 커피 향 고스란히 삼켜버린다
청둥오리 개울물 나돌고 흰 두루미 느린 한 발짝 내딛는
한여름 하얀 햇살 내리던 이른 아침
의아한 눈길이 한 빈자리에 머물고
온데간데없는 쿠누스 모습 
놀라 내친 발걸음, 눈물 두 눈에 가득 고였다


비탈 언덕 위 동갑내기 백일홍 빈자리 채웠다
진분홍 핏덩어리 작은 수많은 색종이 마구 구겨 댄
서너 달 넘는 백일 피고 지는 백일홍이다
대 혁명이다. 십여 년 지나 우거진 넝쿨 웃자란 잡목
키 작은 것들 긴 철심 박은 회초리 쳐대고
다섯 넘는 팔뚝 모두 잘라내어
멋대로 자란 이름도 없는 놈들
톱 이빨 밑동 쳐내고 뿌리째 파내 버린다
창문 활짝 열어젖히니 개구리 울던 옛 산천이다


동쪽 집 대문 앞 풀밭 가운데 선 사토미
길 떠날 수 없지만 홀로 서고서야 할 때이다
하나만이 설 수 있는 곳이다
서두르고 과격하지 않으며
스스로 한쪽 팔 잘라낼 줄 알고
꼿꼿이 처마 낮게 서 있어
네댓 개 팔 열어 대문으로 인도할 줄 안다
그 자리 그 모양 계절에 순응하며 수 세기 지켜온 진리
장마 가뭄 한파 구진 날 다 지나가는 길
일용할 공기 물 다 주어진다는 것도 안다
빗줄기 내리는 긴 밤 홀로 외로워할 줄 안다
혼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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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유상록님의 댓글

profile_image 유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앞의 "산딸나무" 다시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앞의 산문 형식을 간추려보니(?) 조금 수월합니다
생각하는것은 여기에 인간의(?)  삶과 현실을 넣고 비유를 하며
같은 주제와 대상으로 또 다시 써보고 싶은데....
아직 공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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