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묏동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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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묏동 /秋影塔
세월을 망실했거나 자손을 잃었으리
절반은 허물어져 뚝 분질러 놓은 풀빵
반 조각인데, 한 쪽이 벼랑이 되었으므로
태풍도 넘다 굴러 떨어지겠다
지붕 말랭이까지 잡초에 세를 주었으니
가난은 덜었을지 몰라도
무성한 쑥부쟁이 집 비우라 큰소리다
추석을 앞 두고 머리 깎아본 지가 언제던가
반쪽 난 집은 처마 밑이 길이 되었으므로
오가는 사람도 몇 있어
세상의 소식엔 귀 밝아졌겠는데
오늘은 누군가 곁에 앉아 스마트폰을 읽어 준다
세상소리 새어들어 가슴도 뜨거워져
바람구멍 하나마다 귀 가렵고 등 시린데
다시 한 번 두고 온 세상을 눈뜨게 하는
누군가의 스마트폰
진혼곡 대신 들려오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정신적 마음은 벼랑인데,
세상을 달구 듯한 문명의 산물이
서로 얽히는 세상을 구경하듯 합니다.
진혼곡 대신 들려오는 협주곡 사계,
그래서 저는 스마트폰을 없에 버렸습니다
문명의 이기 없이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시를 쓰고 있습니다
건필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 그러신가요.
이 사람도 구형 디카폰을 계속 썼는데
요즘 와서 둘째 며느리가 하나 사줘서
어쩔 수 없이 쓰고 있습니다.
어려서 자라던 동네에 무덤동산이 연해
있었는데 길 쪽으로 놓인 무덤은 거의가 깎이고 깎여 절반씩만 남아 있었지요. 그 생각을 하면서 써 본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두무지 시인님! *^^
김태운.님의 댓글

세월에 묻힌 무덤이 어찌 신세대 묏동이 되어버렸군요
옛어르신들 경거망동하지 말라했는데
그놈의 스마트폰이 귀신을 놀리는군요
문득,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그렇긴 합니다만, 계절을 타는 무덤이라서
'사계'로 했습니다. ㅎㅎ
지금은 그 무덤동산이 1/3 정도만 남아
있는데 어릴적 뛰어놀던 놀이터였습니다.
아마 그 무덤, 깜짝 놀랐겠지요. 하나 사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테울 시인님! *^^
힐링님의 댓글

앞서 가신 분들은 묘지에 누워 있지만
다가오는 우리 세대는 납골탕도 없어지고 죽음과 동시에
먼지처럼 다 날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동양권 문화에서 묘지는 생의 모든 것을 풀어주는 열쇠였는데
이젠 경제적으로 피해주는 주는 것이라서 아쉬움을 줍니다.
옛추억 한 자락에 던지는 메시지는 아름다우면서도
시대의 변고점에 선 세상사의 편지함이자 어지러움을
동시에 안고 있는 핸드폰!
묘지는 마음의 정성을 들고 가는 곳인데 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예의인데 말입니다.
추영탑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아마 무덤들도 핸드폰에 익숙해졌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자손들 모두 핸드폰 하나씩 들고와
인사하다가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려고 할테니... ㅎㅎ
옛날에는 밖에서 죽으면 객사라고 시신도
집에 안 들였는데 지금은 거의가 임종도 병원에서 하니, 참, 모두가 객사가 되었습니다.
세상 참 엄청 변했습니다. 힐링 시인님! *^^
육손님의 댓글

시조의 형식에 마지막 연이 정말 대박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놀랍습니다.
.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너무 과분하신 칭찬이십니다.
심심풀이로 넣어 본 형식적인 구절일
뿐입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육손 시인님! *^^
라라리베님의 댓글

어릴때 무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져 숨을 몰아 쉴 때가 있었습니다
그 안의 세상을 상상해서 였을까요
세상소리 새어들어 가슴도 뜨거워져
바람구멍 하나마다 귀 가렵고 등 시린데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들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무덤가에서 들리는 비발디의 사계
풀도 일어나서 춤출거 같은 선곡입니다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을때는 새로운 신세계가 열린 듯 했지요
지금도 많은 것을 이어주는 순기능에는 아주 흡족합니다
가끔 구속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요
많은 상념이 떠오르게 하는 시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영탑 시인님
평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저는 대여섯 살부터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동네에 붙어있는 커다란 무덤동산에서 밤 12시까지 동무들하고 뛰놀며 자랐습니다. ㅎㅎ
밤중에 무덤과 무덤사이에서 술래잡기도하고
숨바꼭질도 하면서요.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놀이가 끝날 때면 꼭 누군가가
“귀신이다!” 하고 외쳤지요. 걸음이 느린
아이들은 뒤에서 혼비백산하여 울음을 터뜨렸지요.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절반쯤 허물어진 무덤 속에 고개를 들이밀고
드려다 보기도 했구요. 아마 두개골이 몹시도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봤다면 놀라 자빠졌을지도 모르지만 그 때는 호기심이 무척 발동
했거든요. ㅎㅎ 지금 생각하하면 거기 누워계신 분에게 너무도 죄송한 일이었습니다. ㅎㅎ
그래서 그때의 추억을 오늘의 생각에 맞춰 써본 글이라 할 수 있겠네요.
라라리베님.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저녁 보내시고, 주말 잘 지내십시오.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
책벌레09님의 댓글

세상 소리 가슴이 뜨거워지게 되는군요.
시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지금은 무덤동산도 거의 없어지고 나머지
무덤들은 오히려 덩실해지고 비석도 새로
세워졌습니다. 훨씬 신세대 무덤들이
되었지요.ㅎㅎ
감사합니다. 일요일 즐겁게 보내세요. *^^
은영숙님의 댓글

추영탑님
꼴찌로 또 차례입니다 나무라지 마세요
옛날 말에 열려 무덤에는 풀밭이 무성하고 유녀 무담에는
곱게 머리깎아 반질반질 하다고요
열녀문 세워 놓으면 무얼해 자손이 대가 끊기는데......
생산 공장이 문닫히는데 불쌍한지고!
지금은 좋은 세상이여
이혼 이혼 황혼 이혼까지 ......우리 세대는 소문 나면 시집도 못 갔고
그집 귀신이 돼야지 소박 맞아도 친정에서도 안 받았시유
아이고 불상해라 여자의 일생 ......
잘 보고 갑니다 고운 밤 즐거운 주말 되시옵소서
추영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그나마 묘라도 있으면 다행이지요.
바로 화장터로 가는 세상이니····
어떤 면에서는 그게 나은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무덤과 무덤 사이에 구덩이를 파고 인분을
넣고 호박을 키우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망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던 거 같아요. 그때는····
감사합니다. 일요일 잘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