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반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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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반쪽
이영균
박쥐의 분신인 듯 탯줄에 매달려 여문다
물구나무서서 수도승의 심정으로
거꾸로 세상 봐온 저들
저 무한의 세상 닮아
어디서 어디까지가 자신인 줄 몰라
한 몸으로 둥글다
그늘져 냉한 쪽이 늘어지려 들면
제 몸의 일부여서 따뜻한 쪽이 불쑥 배를 내밀어
함께 살찌워 가는가 하면
냉한 쪽의 그늘 지워가며 함께
가을빛에 물든다
그러는 동안 저들은 속이 꼭 찬
소우주가 된다
그때는 반으로 나뉘고서도
욕심 다 버리듯 속 다 비워내야 비로소
만인을 공경할 물바가지가
된다는 걸 안다
두 몸으로 태어나 한 몸인 듯 사는 연리지보다
한 몸인 듯 태어나 숱한 조롱 속에서 여물어
둘로 나뉘고 속다 퍼 주며
타인 공경하는 수도의 생 사는
조롱박
댓글목록
책벌레09님의 댓글

깊은 시심에 젖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감사합니다.
저도 아동문학 방에 정 시인님의 열정인 동시 작품들
감상 잘 하고 있습니다.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