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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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대한 생각 / 테울
이맘때쯤이면 활짝 피우는 보리 이삭도 꽃이었을까 까칠한 나에게 꽃에 대한 기억은 흐릿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 오직 쌀이 귀하던 시절이었으니 하얀 밥상머리는 유독 양반 같은 아버지 몫 당신에겐 아무리 거칠어도 물려받은 논밭 몇 마지기쯤 있었겠지만 흙 한 줌 안 만졌지 그에겐 당연 남정네를 대신한 소 같은 어미며 말 같은 아내가 있었으므로 그럭저럭 돼지 같은 내가 만약 두어 평 마당 구석에 흙 한 줌 한 뼘 꽃밭이라도 가꿀 수 있었다면 공부하듯 하찮은 꽃말의 내력이라도 외어뒀을 걸 아는 것이라곤 고작 남의 집 화단에서 풍기던 흙내와 함께 가끔 노래로나 훔치며 부질없게 여기던
꽃 몇
진달래는 달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개나리는 미나리라면 좋겠다는 생각
채송화는 채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봉숭아는 복숭아라면 좋겠다는 생각
족족 먹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니
댓글목록
맛살이님의 댓글

테울 시인님 한번 쯤 겪었던 배고품의 시절
눈물이 나려 합니다
다행히 시인님은 진작에 다이어트에 신경 쓰셨나 봅니다
몽땅 푸성귀와 과일, 저는 고기 국물에 쌀밥,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꽃에 대한 생각이 순수하고 참신 합니다
피는 꽃마다 개성이 있고 나름 정절이
있지 않을까요.
고유의 색과 생긴 모습이 같은 것이
없는 것처럼 시인님 생각도
가까이 즐길 수도, 채소처럼 먹을수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건필을 빕니다.
최현덕님의 댓글

꼬리를 흔드는 생각의 갈래가
배고플 때는 먹는 대상으로,
슬플 때는 애상의 대상으로 쫓아 다니는군요.
그, 돼지 같은 입을 달래느라 어미는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요
어머니는 위대한 존재입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
김태운.님의 댓글

배를 불리는 것이 꽃 구경보다 좋았던 시절이지요
지금은 옛날이야기일 뿐
오신 분들 두루두루 꽃에 취해보십시요
무릇 무릇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