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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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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명주5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1회 작성일 17-05-2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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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이 명 주

 

먼 고향의 보리밭으로부터 봄 냄새가 납니다

눈보라 휘날리는 들녘에서 땅을 꼭 붙들고
어머니 같은 뿌리에 기대 긴 겨울을 보내고
봄 눈이 풀어 내린 들녘에서 이제 보리가
아이들 손바닥처럼 푸들푸들 자라겠지요


흔들리는 타향에서 차가운 물 이랑에 봄버들처럼
기댈 곳이 없어 하염없이 흘러야 하는 바람이 되어
사시나무 곁 흰 겨울 등뼈 사이에 숨어
구슬 피리를 불었습니다


뿌리와 고향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마지막 떠나온 날에 향수를
가슴 깊이 간직한 채
차딘 칼바람에 눈시울이 베일지라도
고향을 등지며 서지는 않았습니다


5월이면 반달이 떠 있는 푸른 들에서
이삭마다 달리는 방울 피리 소리가
눈에 파란을 일으키며 성큼,
콧잔등을 시리게 하겠지만


오늘도 청호동 해변의 백사장에서
모래바람과 함께 뒹굴며
머나먼 함경도 들녘에서
뱃고동처럼 들려오는 봄의 함성에
귀와 눈이 멀어 되돌아오는 길


실향으로 버림받은 마음에 들녘은
출렁이는 보리밭이 아련한 불빛 아래
갯배처럼 푸르게 상념에 잠겨 있습니다


*갯배-강원도 속초시 청초호에서 청호동 아바이마을(실향민 촌)과
 시내 중앙동을 연결하는 작은 배
<실향민에 마음을 시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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