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4] 설교를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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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를 보다가
TV 채널을 리모콘으로 똑딱이다가
우연히 설교방송이 나와 보는데,
그 말씀이 희한한 정도로 수려(秀麗)하고
감동적이어서 눈물까지 맺히려다가,
리모콘이 낡은 고물이라 맛이 갔는지
누르지도 않은 <조용히>가 되었다
그렇게 소리 없이 얼굴만 나오는 설교를
그냥 보고 있으니, 그 모습이 <개콘>은
저리 가라 할만큼 우스워서
그전에 감동으로 차올랐던 눈물을
알뜰하게 쏟아내며,
정말 눈물나게 웃었다
가끔은 인간의 번다(煩多)한 말이 없는 곳에서
삶의 진면목(眞面目)이 등장하기도 하는 것이니,
졸지에 놀랄 생각이 없다면 함부로
귀머거리가 될 일이 아니다
눈치없는 <조용히>를 끄고서,
다시 엄숙한 설교를 듣는다
- 안희선
<>조용히 : 리모콘의 silence button
<> 개콘 : <개그 콘테스트>을 일컫는 줄임말
Laughing Voter Waltz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안녕하세요? 안희선 시인님 처음 뵙겠습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일상에서 세심한 교훈을 깨우쳐 주는
비범함과 즐거움에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행복하고 평안한 한주 되십시요^^~
안희선님의 댓글

원천적 영혼의 불구로 태어난 인간이 참실상(實相)의 세계를
말한다는 거 자체가 개콘일런지도
부처님이나 예수님의 말씀을 팔아 넉넉히 먹고 사는
분들의 설교말씀 중 대개가 망언으로 흐르고 있음을 - 밑천 안드는 장사
(종국엔 중님과 목회자님의 생활비를 위한 시주와 헌금으로 귀결되는)
아, 물론 모든 중님들과 목회자님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고
(정말 신실한 성직자분들도 가뭄 콩나듯 계시기에 - 대략 100명쯤 - 불교.기독교 합해서)
아무튼..
일찌기, 만해 한용운 선사께서 하신 말씀도 떠오르는데
"망어(妄語)는 먼저 스스로 속이게한 연후에 타인을 속이나니,
만일 망어를 버리지 아니하면 자타가 다만 파괴하느니라."
(正法念處經에 관한 선사님의 말씀 중에서)
뭐, 비단 금전판이 되어버린 오늘 날의 종교판이 아니더라도..
우리들은 일상에서 얼마나 개콘보다 더 웃기는
허망한 말들을 쏟아내며 살고 있는지..
저 스스로 부터 반성을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라리베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