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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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울 게다
정민기
속 울렁거리게 불어오는 바람은 할 말이 많은 게다
아울러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꽃은 할 일이 없는 게다
혼자서 아무 곳이나 바라보며 앉아만 있을 수 없을 게다
움푹 파인 곳에 물이 고여 있으면 뭔가 의논을 하는 게다
하마처럼 긴 하품하는 사람은 덜 피곤한 사람인 게다
속도는 느리지만 기어가는 달팽이는 배달할 물건이 있는 게다
휘파람 부는 사람은 입에 뭔가 물고 있으면 편할 게다
빛을 가리는 커튼은 지나가는 사람마저 감추는 게다
토끼처럼 뛰어가는 사람은 기다란 귀를 잃어버린 게다
춤이라도 추고 싶은데 못 추니까 막춤이라도 추는 게다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지구와 우주의 광년일 게다
저렇게 뛰어가다가 넘어질 것이고 박치기할 게다
한동안 들려온 개 짖는 소리는 웃자고 하는 소리일 게다
내 머리 뚜껑을 열어보니 더는 퍼줄 것이 없는 게다
사람 꽃보다 더 오래 피어있는 꽃 있으면 나와볼 게다
연어가 강 하류에서 한참 웃다가 상류에서 잠깐 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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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말이 없는 사람은 목구멍이라도 막혔을
게다.
게다짝을 끌고 가는 아베는 발가락도
독도쪽으로 비틀어졌을 게다.
...............
ㅎㅎ 재미있네요. *^^
책벌레09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하루 되시고,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