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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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移徙) / 안희선
이제는 떠나가야 할 때
때마침 몸 떨면서 방 바닥에 떨어지는 추억은
저 먼 동경(憧憬) 속에서 꿈처럼 출발했는지 몰라
하지만 그밖에는 말 없는 안녕, 미워했던 것들이여,
그리워했던 것들이여, 이젠 모두 안녕 !
많은 게 힘들었고 괴로웠지만, 살아있던 기꺼운 힘은
그렇게 눈물 속에서 잠시 동안의 경련(痙攣)처럼 나타나기도 해
나로 인해 모났던 날들을 둥글게 둥글게 포장을 해
남들 보기에 이삿짐만은 초라하지 않게,
그리고 나의 상속인(相續人)은 결국 나밖에 없기에
아득히 먼 곳으로 사라져 간 주소 없는 고향에
사랑도 없이 그리움만 지니고 살아왔던,
나를 부친다
지루한 기다림이
플래시라이트(flashlight)를 떠뜨리는 순간에
망연(茫然)히 서있는 그 어색한 침묵처럼,
나를 부친다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너무 먼곳으로 가셔서 이사라기 보다는
마치 우주 여행을 떠나신 같은 생각 입니다.
그러나 지난 과거를 묻으시고 현재의 삶 속에
즐거움과 평안을 주문해 봅니다
건강한 삶이 열리기를 기원 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떠나갈 때는 말없이..라는 말도 있지만
'너무 먼 곳으로 갔다' 란 말씀에
문득 문태준 시인의 시, <바깥>도 떠오르네요
장대비 속을 멧새 한마리가 날아간다/彈丸처럼 빠르다/너무 빠른 것은 슬프다
갈 곳이 멀리/마음이 멀리에 있기 때문이다
하얀 참깨꽃 핀 한 가지에서/도무지 틈이 없는/빗속으로
소용돌이쳐 뚫고 날아가는/멧새 한 마리
저 全速力의 힘/그리움의 힘으로/멧새는 어디에 가 닿을까
집으로? /오동잎 같이 넓고 고요한 집으로? /中心으로?
아./다시 생각해도/나는 /너무 먼 /바깥까지 왔다
부족한 글인데,, 머물러 주시어 고맙습니다
두무지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