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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너의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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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56회 작성일 17-04-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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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5월에 / 안희선


사원(寺院)의 마지막 종소리가
구원의 징표를 허공에 뿌리는 시각

정처없는 시간은 고독하게 흘러가고,
아스팔트 위에 뜨겁게 달구어진 소음(騷音)은
풍진 세상의 목소리로 남았다

달콤한 향수(鄕愁)는 푸른 하늘 살짝 가린
하이얀 구름 속에 머물다가
숨죽이는 짧은 휴식을 남긴 채 한가롭게 떠가고,
너의 삶이 세상에 쳐놓은 무수한 협로(挾路)는
가느다란 생존의 핏줄이어서 너무 창백하구나

햇살이 허물어지는 5월의 광장 위에도
눈이 충혈된 비둘기떼는 먹이를 찾고 있어,
슬프고도 황홀하게 잊혀진 축제의 마지막
신음소리를 구 , 구 , 구 또렷이 발음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가슴에 그리는 꿈은 최고의 기도(祈禱)

최초의 불행을 이제는 희열(喜悅)로 바꾼
어떤 총명한 의식(意識)이
반쯤 벌어진 석류의 얼굴을 하고 있어,
너는 그 진한 유혹의 색(色)에 붉게 취하고
이윽고 세상을 손 안에 담고 조물락 거리다가
문득 자신의 쇠락한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오물 가득히 흐르는 강이 되네

그렇게 강이 되어, 오염된 영혼의 바다로 흘러가네

바다 위에 듬성 떠있는 푸른 섬들은 너의 발길을 유혹하고
수평선 끝에서 손짓하는, 한때는 용감한 신(神)이었던,
사자(獅子)머리를 한 하늘의 품 안에 수줍은 구름처럼
안기려 하는 너의 몸짓이 한없이 되풀이 되네

아, 그러나 방만(倣慢)한 애무는
희미한 성가(聖歌)의 보잘 것없는 진동에 불과한 것을

차라리, 아무도 알지 못할 비밀로 소박한 추락(墜落)을
너 자신에게 이야기해 주는 편이 한결 솔직한 것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생은 언제나 파멸하기 쉽게 앞으로만 가는 습성이어서
희망이 뒤에서 혹은, 옆에서 몰래 스쳐가는 소리는
정말 알아듣기 힘든 처지인 것을

하지만, 세상에는 간혹
자신의 영혼을 스스로 파수(把守)서는 이도 있어서
오늘도 어디에선가 불타는 정열로 행복과 입을 맞춘다는데,
신(神)도 부러워 할 진한 색깔의 뜨거운 입맞춤을
그 사람과 밤새도록 나누는 게 차라리 낫지 아니한가

너의 초라한 곳에서 얄밉게 부추기는 희망이,
영원히 부끄러워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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