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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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잊고 살았다
오래 찾지 않은 보안 사이트에서
조만간 로그인하지 않으면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협박 메일을 보내왔다
왠지 그들을 멀리하면
몰래 보며 감탄하던 동영상 속에
홀딱 벗은 바이러스가 있을 것 같아
연분을 더 이어가고 싶은데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한 바가지 욕을 퍼붓다가 포기하려니까
질문에 답하면 가르쳐준다고
아버지 이름을 묻는다
아, 이런...
잊고 살았다지만 이름조차 잊겠나
어릴 적 집 나간 아버지는 이런 곳에서
나의 비밀번호를 지키고 있었구나
그러면 그렇지 고마운 나의 아버지
댓글목록
소낭그님의 댓글

살다보니 뭔가 빡치는 일이 있어서 지웠던 글입니다.
기정이 형 오랜만에 아는 척 했는데
산적이 형에게 고맙다고 다시 올래요.
창동교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가벼운 에피소드같지만
깊이 있는 주제로 아버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시네요
좋은 하루되시고 늘 건강하세요..
창동교.
소낭그님의 댓글의 댓글

창동교님 격려 고맙습니다.
제가 좀 삐딱이라 매사에 심사가 뒤틀려 삐딱합니다.^^
창동교님의 가볍지 않은 시 감상 잘하고 있습니다욤.
고나plm님의 댓글

심금이 울립니다
내가 읽은 시, 란에 올려준 선시도 잘 읽었구요
너무나 이름이 좋아 소낭거, 몇 번을 되뇌입니다
소낭그님의 댓글의 댓글

격려 고맙습니다.
불손한 내용이지만 저 같은 사람도 하나 있지 않을까
개인 가정사야 겪은 사람만 아는 부분 아닌가
교훈시는 많은데 나까지 그럴 필요 있나
그래서 끄집어 냈는데 자꾸 읽으니 하나도 안 웃기고
서글프기만 하네요. 잉잉잉
활연님의 댓글

능청, 스러워 가슴 한 칸이 휑해집니다.
불편이 시를 밀어올리는 힘이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비밀번호는 밀어 같아서,
오래된 정체성이 꿀단지에서 허우적거리는 파리 같이,
파리 목숨 같이. 서글프기도 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지만 뒤를 두고 자꾸 뻗어간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다 돌멩이처럼 차이는 아버지.
저도 그 아버지가 요즘 아리게 합니다. 생은 누구에게나 귀한 것일 텐데
살만큼 살았으니 가시라, 할 수 없는 일.
서늘하고 예리한 감각.
소낭그님의 댓글의 댓글

싫다는데도 아내를 강제로 깔아뭉개고
저의 똥시를 읽어주는 걸 좋아합니다.
영양가 없는 마눌은 보던 드라마 본다고 건성으로
"재밌네... 웃기네."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마디를 더 해요.
"당신의 사정을 아는 사람이나 이해하지, 뭔 소린지 알겠어?"
급 외로워지더군요.
그래서 못 쓴 글이고 시 같지도 않지만 그냥 올렸습니다.
저 같은 사람 하나쯤이야 또 있겠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