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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나의 유일한 공간

창문 밑에 쪼그리고 앉은 깡마른 침대 하나

늘 그렇듯 침대에 모로 누워 창밖을 바라본다.

시간은 정지되어 있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란 은사시나무는

조용히 파문을 던진다.

누굴 위한 몸짓일까!

은사시나무 이파리가 내게 주어를 던진다.

나는 이라고 날름 받는다.

이번엔 내가 목적어를 던진다.

벽 모서리에 터잡은 거미란 녀석이 넌즈시 끼어든다.

침대를...

순간 침대가 무슨 이유에선지 몸을 부르르 떤다.

다시금 내 차례다.

사랑한다.

벼랑에서 갑자기 돌 구르듯 그렇게 굴러나온  말이다.

조금이나마 침대에게 낯이 서는 느낌이다.

나의 부처가 되어 나를 지켜준 나의 침대

은사시나무가 주어를 던진 건

애시당초 내가 아니라 나의 침대였다.

난 늘 그렇게 살아왔다.

침대보다 내가 우선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