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숙취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기억의 숙취
오늘 하루도 과식을 하셨나요
부풀어 오르는 명치
그 속을 긁는 누군가의 손톱
쓰디쓴 생목의 역류
돌을 삼켜도 소화가 되었던 당신은 이제
하루 권장량조차 힘들군요
눈으로 씹고 귀로 뜯고 코로 맛보고
머리로 음미하는 하루하루들
기억의 숙취로 남아 있지요
눈에 가시가 되는 장면은 잘 발라드셔야 합니다
차갑고 날것인 언어는 데쳐드시면 편안합니다
맵고 짠 감정은 야채와 육수를 곁들여 드세요
속이 쓰릴때마다 녹턴을 틈틈이 꺼내먹어요
속이 메스꺼울때마다 고흐의 해바라기 향기를 맡아요
위액에 버무려진 부드러운 기억들은 융모에 흡수되고
혈관을 타고 온몸을 여행하다가 꿈구는 두뇌 고랑에
차곡차곡 기억의 지층이 됩니다
소화되지 않은 거친 기억은 변비가 되지요
기억의 가스가 아랫배에 가득하다면
망각의 변비약을 드세요
파는 곳은 앞산 뒷산 전망대입니다
발바닥에 닿는 돌, 흙, 나뭇가지
어깨를 두드려주는 산바람
전망대에서 입을 크게 벌려 야호를 외치면
저절로 복용이 되지요
단, 매주 투약이 원칙입니다
기억의 숙취에서 벗어나세요
날아갈 듯한 몸과 마음으로
새로운 하루하루를 드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육손님의 댓글

흥미 있는 시 잘 읽었습니다.
시가 길어 지는 것은 매치가 되지 않는 비유 때문이지요.
차갑고 날것은 언어와 데쳐서 들어야 한다는 표현은 물론 작가의 상상이지만
이해가 잘 안됩니다.
암튼 시 다운 시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붉은나비님의 댓글의 댓글

소화되기 어려운 냉하고 날것인 음식을 익혀먹는 것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타인의 날선 언어들을 내 몸에 받아들이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미흡함 때문입니다 좀더 고민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쇄사님의 댓글

산을 배에 두른 저에게
딸내미가
그 산은 언제 출산하냐고 묻네요
잘 살기 위해 먹었는데
더 살려면 빼야 할 터...
처방전 잘 받았습니다.
붉은나비님의 댓글의 댓글

보잘것 없는 곳 들러주시고 남겨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