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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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텅 빈 벤치에 물방울이 튕겨나가는 소리
그것을 빗소리라고 누군가 말하고
벤치 밑 아직 녹지 않은 서로의 미련들을
서둘러 지워버리고, 새 그림을 준비하는
절반 쯤 눈물 흘린 어느 화가의 회개의 수순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내리는 이 비는
양손으로 어루만지며 조심스럽게 말아 내리는
그녀의 살색 스타킹의 흔적이 묻어있다.
너무나 만지고 싶었던 그녀의 살색 스타킹의 안쪽 면
두 눈을 감지 않고 나의 입맞춤을 받던 그녀
그녀의 눈빛에서 봄비가 내리곤 했다.
텅 빈 벤치에 우산을 쓰자,
이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빗소리들
봄비
나의 새로운 시련을 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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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잉크결핍님의 댓글

시선이 흘러간 동선을 따라가면, 저자의 내면이나 사고의 구도가 보인다.
그러므로 이것은 시의 정석이라 할만 하며, 잘 학습된 좋은 예라 볼 수 있겠다.
흐흐흐흐흐흐흐흐.
잉크결핍님의 댓글

한 가지 외람되지만 조언을 해주고 싶어 한 마디만 더 하겠다.
물론 심기가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놓아두기로 하겠다.
입체적 시각화는 좋았지만 영상으로 이어지는 어떤 큰 바탕이 없다.
나보다 더 잘 쓰고 잘 묘사하고 잘 표현해 내고 있지만,
상상력 결핍이라거나 저자는 단백한 글솜씨를 추구하는 사람이겠다.
아니 상상력 결핍이 아니라 담백한 사람이며 아주 뇌세포가 활성화 된 사람이겠다.
스토리를 가미해줬으면 한다. 소설에서도 시점에 의해 글의 해석이나 글의 지향성이나 글의 성질이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대가 3인칭 기법으로 서술해서 화자와 거리를 둘 수 있다면 더 나은 걸작이 되지 않을까.
글쎄, 아주 아주 세련된 타입의 시선과 시상과 시심과 시의 맥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시점을 달리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럼 좀더 재밌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