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ka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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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는 저승길은 잿빛이더라
죽음 계곡엔 녹슨 철장 빼곡하고
인간은 칸칸이 꼼짝없이 갇혔더라
먼발치 간수가 오는데 세상에나
그는 개이더라
저승에선 개가 인간을 키우더라
썩은 밥에 이끼 낀 물그릇
배고픔에 졸음 쏟아지고
쥐 오른 다리 어쩌지 못하겠더라
이승에서 한 만큼이니 시원한 물
기름진 고기 먹는 쪽 부러워 말라던
개가 풀어준 길
살타는 냄새 맡으며 집으로 오는데
두려운 눈동자들 희번덕거리더라
이불 다 젖도록 식은땀 내고서야
새벽인지 알아봤는데
희끄무레한 거실이 꼭 그곳 같더라
어찌나 생생하던가
산책길 논배미 창고에 홀로 매인 개
그의 물그릇 도랑물로 씻어주었다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난 죽은 뒤가 겁난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간만에 수작 한 편 읽습니다
다들 어깨 힘들어간 시 대부분일 진데
낭그시인님의 이번 시는 참으로 물결 같습니다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소낭그님의 댓글의 댓글

고나님은 동물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항상 써 놓고 다시 읽고 하면 맘에 안들어요.
그래도 격려를 주시니 쬐끔 덜 부끄부끄해지네요.
제가 개를 좋아하긴 하는데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싶어
전문서적도 읽고 이것저것 찾아도 보고 했는데...
그래서 그들의 행동양식이 조금 이해는 됩니다만,
너무 깊숙히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인식의 차이로 악조건을 버티는 개를 보면 참 많이 힘들더군요.
포기를 잘하는 친구들이지만 악에 받쳐서... 에혀~
너무 깊숙히 들어와서 괴롭습니다.
좋아지겠죠, 점차...
행복한 주말이 되시길....